지구촌에 부는 권위주의 열풍 권력 원천은 '국민 불안·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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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약진은 권위주의 정치인의 부상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현상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독재 성향을 띤다고 일각에서 비판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과 트럼프가 본질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스트롱맨'(독재자)의 부상은 2012년부터 본격화됐다. 그해 5월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3선에 성공해 크렘린 궁에 복귀했고 몇개월 뒤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에 올랐다.

英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트럼프 약진 세계 추세 반영
국가 재건 민주적 절차 무시
비판에 민감 폭력성 내재

이들은 모두 카리스마가 부족한 전임자를 밀어내고 집권했으며, 권력과 애국심을 내세워 언론이 개인 숭배적 기사를 쏟아내도록 유도했다고 FT는 설명했다.

2013년에는 이집트 군부 쿠데타로 군 최고 실세였던 압델 파타 엘시시가, 2014년에는 터키 총리였던 에르도안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등도 유사한 사례로 거론됐다.

FT는 트럼프가 이들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들은 '국가 재건'을 내세우며 필요할 경우 민주주의적 절차 등은 무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이는 많은 경우 '국가의 적'에 대한 불법적 폭력으로 귀결됐다.

'징벌자'란 별명의 두테르테 당선인은 초법적 암살단을 운영해 범죄자와 용의자를 처단했고,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체첸 전쟁에 잔혹한 전술을 동원했다. 모디 총리는 2002년 인도 구자라트 주 총리로 있을 때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1천여 명 학살 사건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역시 테러리스트를 고문하고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비판에 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언론자유를 탄압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2천여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트럼프도 틈날 때마다 언론인들을 상대로 인신공격성 모욕과 협박을 했고, 정치인들이 언론을 상대로 더 쉽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이 정치권력을 얻는 수단은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 분노다.

FT는 "트럼프는 이 모든 요소를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두려운 사실은 이들이 국내 정치에 심은 폭력의 암류가 국경 안에 머물지 않고 국제무대로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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