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된다며 수술 거부" 의료관광 중심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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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 모(34) 씨 부부는 며칠 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성형외과를 방문했다가 쫓겨나다시피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고 한다. 김 씨 부인의 코가 벽에 부딪친 후 휘어져 교정과 미용 치료가 필요했던 것.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김 씨 부부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고만 했다. 결국 김 씨 부인은 인근의 다른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의사가 적은 비용이 드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의사의 기본 정신을 저버린 행위"라고 분개했다.

코 다쳐 성형외과 찾은 30대
서면메디컬스트리트서 분통

미용 치중, 재건 성형 꺼려
'불친절' 오명까지 확산
이미지 훼손·신뢰 상실 우려


병원 측 관계자는 "부상 이후 6개월이 지나 뼈가 굳어 수술이 어렵고 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부산을 넘어 전국적 의료관광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서면메디컬스트리트(SMS)'. 부산진구 부전동에 1천80m 규모로 형성된 SMS에는 성형외과 등 병원 170여 곳이 있다. 최근에는 SMS를 기반으로 한 '메디·뷰티 여행'이 정부가 육성하는 '5대 글로컬 관광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의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가 수익성이 높은 '미용 성형'에만 관심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은 '재건 성형'은 꺼려하기 때문. 게다가 충분한 의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진료를 거부하면서 '불친절하다'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병원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면 일대 미용 성형 전문의들이 재건 성형에 대해 낮은 수익성, 경험 부족, 부실한 진료 시설 등을 이유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일부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료는 둘째 치더라도 친절한 설명도 없다"며 "의사는 여전히 '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일본인 여고생이 자신의 동의 없이 수술 전후 사진을 사용했다며 서면 성형외과의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진료 거부에 초상권 침해까지 '의료관광의 허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지 훼손과 신뢰 상실이 우려된다.

그러나 감독기관인 부산진보건소는 관내 성형외과 관리에 팔짱만 끼고 있다. 해당 보건소는 고객들의 정식 고발이 있을 경우에만 조사에 나설 뿐 정기적 관리·감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수년 동안 진료 거부 등 성형외과에 대한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부산진보건소 관계자는 "관내 병원이 700곳이 넘어 제한된 인력으로 일일이 관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고객들이 상담을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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