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땐 SNS에 가족사진 공개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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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가족사진을 삭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가족 사이라도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진이나 게시물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전지환)는 A 씨가 남편 B 씨를 상대로 낸 게시물 삭제청구 등 소송에서 "B 씨는 카카오스토리의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고 A 씨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산지법, 아내 승소 판결
"남편이 동의 없이 게시한 건
초상권 침해한 불법행위"


B 씨는 지난해 7월 전후에 A 씨의 지인들에게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한 뒤 자신의 계정에 가족사진이나 두 사람의 재혼 과정 관련 게시물 10여 개를 올렸다. 자녀 양육비 등 문제로 두 사람이 갈등을 계속할 때였다. B 씨는 이 시기 A 씨에게 '5분 내로 전화 없으면 카스(카카오스토리) 봐라'는 식의 메시지도 수차례 보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이 소송과 이혼 소송, B 씨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가처분 신청은 인용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A 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의 없이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에 게시한 행위는 A 씨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보았다. "가족사진 게시는 동의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는 B 씨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촬영 당시에는 A 씨가 사진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 하더라도 이혼 소송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A 씨가 묵시적 동의를 철회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혼 과정 등을 담은 나머지 게시물 또한 "A 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불법"이라고 보았다. 단, 게시자가 '공개'로 설정하지 않을 경우 게시물의 현재 게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이 부분 삭제 청구는 기각됐다.

앞선 가처분 결정에도 통신·접근 금지 외에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 등에 상대방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관련 신청이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A 씨 측 법률사무소 유화의 이인수 변호사는 "카카오스토리의 게시물 삭제 청구 소송은 이제껏 없었고, 부부 사이에 초상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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