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호통 윤상직' 황당한 해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황석하 사회부

"그때는 부산일보 기자가 있는지 몰랐다."

지난 11일 오전 윤상직 국회의원 당선인이 부산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사업 차질 문제를 주민들과 논의하는 자리에서 주민들에게 호통을 친 것(본보 12일 자 8면 보도)에 대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한 내용이다. 당시 기자는 윤 당선인 바로 옆에 앉아 수첩을 꺼내들고 취재 중이었기 때문에 그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어지는 윤 당선인의 발언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는 "사무실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이 장안읍발전위원회 사람인줄 알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말은 기자가 없는 곳에서는 주민들에게 호통을 쳐도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점퍼 차림의 윤 당선인은 그날 국회의원이 아닌, 부하 직원들에게 역정을 내는 '장관님' 모습이었다. 선거 기간 주민 손을 잡고 한 표를 간곡히 호소하던 윤 당선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윤 당선인의 국회의원 임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지만, 지역 사회에선 그를 둘러싼 좋지 않은 평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선거 뒤 모 공공기관 직원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야당 후보 표가 더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윤 당선인이 해당 공공기관을 질책했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기장군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기장선' 유치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기장군 공무원에게 "오규석 군수가 할 일"이라고 호통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윤 당선인에게 묻고 싶다. 정치를 하고 국회의원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장관을 했으니 다음에 국회의원을 하고, 그 장관과 국회의원이 똑같이 '갑질'을 할 수 있는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호통'이 아니라 '섬김'이다.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이 정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윤 당선인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산자부 점퍼'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제대로 된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4년 후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 hsh03@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