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따오기 사랑 따오기복원센터 이성봉 계장 "어미 새 마음으로 새끼 길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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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설 명절에 집에 가지도 못해 조상과 가족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경우도 많지만 멸종된 새를 복원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뿌듯한 마음이 생깁니다."

경남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 이성봉(48) 따오기계 계장.

2008년 중국서 처음 들여와
현재 22쌍 94마리로 늘어
내년 우포늪 자연 방사 앞둬

그는 따오기에게 어버이나 다름없다.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며 따오기의 건강을 챙기고 먹이를 주며 케이지를 돌보아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온 세월이 올해로 10년째다. 이 계장은 정부가 따오기 도입을 준비하던 200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따오기복원센터를 지키고 있다. 따오기 복원의 산증인이면서 전문가가 됐다.

이 계장은 "따오기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돌발변수가 생길지 몰라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면서 "케이지에서 잘 놀다가도 서로 머리를 쪼며 싸우는 바람에 머리와 부리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AI 등 조류 질병이다. AI 소식이 들리면 이 계장을 포함한 직원 아홉 명은 초비상이다. 귀가를 포기하고 합숙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따오기계 직원들은 2014년과 2015년 설 명절에 2년 연속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인근인 김해와 양산에서까지 AI가 발견돼는 따오기를 지키느라 현장을 비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계장은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조상들에게 면목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오기 복원에 성공한 데다 내년 자연 방사를 앞두고 있어서이다.

내년 방사에 앞서 오는 7월 따오기의 일반 공개도 준비하고 있다. 우포늪 따오기는 2008년 중국 산시 성에서 처음 들여온 뒤 현재 22쌍 94마리로 늘었다.

경남도와 창녕군은 올해 말까지 150마리 이상 증식시킨다는 목표이다. 산란과 부화가 순조롭다면 무난히 목표한 숫자까지 증식에 성공할 전망이다. 이는 따오기계 직원들이 새끼 따오기의 목구멍으로 직접 먹이를 먹이는 등 자식처럼 보살펴온 데다 AI 발생 시기에도 완벽한 방역책을 펼친 게 일조한 것이다.

내년 야생 방사를 앞두고 누구보다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이 바로 이 계장이다. 자연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태어나고 자란 케이지를 잊지는 않을지 등 벌써 모든 게 걱정이다. 방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그는 "방사 시기는 내년 봄이나 가을이 될 것 같고, 장소는 우포늪이고, 규모는 10~20마리로 본다"면서 "나이는 2년생이 유력한데, 그 이유는 너무 어려도 안 되지만 너무 나이가 들어도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계장은 "도와 군이 지금까지는 따오기 증식에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복원된 따오기를 국민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 따오기를 돌보는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따오기의 야생 방사가 성공한다면 우포늪의 깃대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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