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美 대선 파장 촉각
미국 현직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히로시마 방문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어떤 파장을 드리우게 될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2차 대전의 종전을 가져온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이라는 백악관 발표 후 미국 언론들은 그의 방문이 가져올 후폭풍에 주목하고있다.
'일본에 면죄부' 비판 제기
보수층 "굴욕 외교" 공세
트럼프 선거 운동에 활용
힐러리 비판으로 이어질 듯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장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히로시마를 찾아 자신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면서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원폭 투하가 불가피했다는 미국 주류의 전통적 시각에서 볼 때 오바마의 직접적 표현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그의 히로시마 방문자체가 일본에 대한 면죄부이자 미국의 과오 인정으로 연결될 수 있어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과 일본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을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무지'라고 비판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번 방문이 핵무장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백악관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 개월간의 면밀한 검토 끝에 나온 이번 결정이 트럼프의 외교적 무능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렸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의 퇴역군인 단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와그 유족들로 구성된 '바탄·코레기도르방어미군추모회'의 잔 톰슨 회장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히로시마를 방문하지 말 것을 촉구했었다. 퇴역군인 단체들은 오바마의 방문이 아베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칼 로브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사과 외교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사과하면 다른 나라들도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고 변화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그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러시아의 지도자로부터 변화는 차치하고 어떤 고백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WP는 "미국 보수층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를 미국의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굴욕적 외교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고, '오바마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사과는 있을 수 없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제1의 외교적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WP는 "트럼프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 온 내셔널 리뷰 등 보수성향 언론들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서는 모두 날 선 비판을 쏟아낼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