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바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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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우리 외래어 표기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은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된소리 표기.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4항은 이렇다.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 태국어와 베트남어 표기에도 된소리가 허용돼 있으니 예외의 범위가 너무 넓기도 하다.

제5항('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도 만만찮은 어려움을 안긴다. 이 때문에 같은 철자라도 상황에 따라 'cut: 컷, 커트'나 'trot: 트롯, 트로트'로 따로 기억해야 하고, '네트(net)워크/인터넷(net)'이나 '도트(dot)프린터/닷(dot)컴'처럼 표기가 달라지는 것도 챙겨야 한다.

'따로 정한' 이런 '범위와 용례'를 일일이 외우자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 쓰기로 정했다는데…. 한데, 원칙대로 표기하더라도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

①무아이타이(muai[muay] thai): 태국의 전통무술.

②리큐어(liqueur): 혼성주(混成酒)의 하나. 알코올에 설탕과 식물성 향료 따위를 섞어서 만든다.

③헤자브: 이슬람교 국가에서 여성들이 입는 베일이 달린 망토 모양의 의복.

외래어표기법대로 쓰자면 저렇다는 얘기다. ②③은 표준사전에도 올라 있다. 문제는, 심지어 신문·방송조차도 압도적으로 많이들 '무에타이, 리큐르, 히잡'으로 쓴다는 것. 원칙과 현실 사이의 이 머나먼 거리는 교열기자들이 현장에서 늘 맞닥뜨리는 문제다.

예외가 많아서 헷갈리고, 현실과 다른 원칙 때문에 헷갈리는 외래어들을 기억하려면 외우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다. 가끔 교열(어문)기자만들의 요령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교열기자라고 뾰족한 요령이 있는 건 아니다. 조금 더 기억하기 쉽게 외울 뿐…. 쉽게 말하자면,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즉, '워크샵/워크숍, 안테나샵/안테나숍'처럼 '숍/샵'이 헷갈릴 땐 '쇼핑'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샤핑'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 'shop'은 자연스레 '샵'이 아니라 '숍'이 된다. 이래서 '워크숍, 안테나숍'으로 쓰면 되는 것.

같은 이치로, '보디 페인팅/바디 페인팅, 보디라인/바디라인'이 헷갈릴 땐 '보디가드'를 기준으로 세우면 된다. 물론, 평소에 '바디가드'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안 되겠지만….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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