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용역 제대로] 깜깜이 용역, 두 번 당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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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과 관련한 부산지역의 트라우마(심리적 상처)가 되살아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발표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가 이달 말 열릴 예정인데도 평가 항목과 가중치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용역기관은 대안 선정, 평가 항목, 배점 등의 기준을 마련하기 전 자문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는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라 이달 말 사흘에 걸쳐 부산, 대구·경북·경남·울산, 수도권 등으로 나눠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문회의가 끝나고 나면 용역사인 ADPi 측은 평가 항목과 항목별 가중치를 결정한 뒤 신공항 후보지에 대한 입지 평가에 돌입한다.

이달 말 자문회의 개최 불구
평가 항목 등 여전히 미공개
"백지화 당시와 다른 게 뭐냐"
부산 여론 벌써 '부글부글'


문제는 ADPi 측이 지난 2월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주요 고려 사항으로 규모, 공역, 기상, 지형, 장애물, 접근성, 소음, 환경, 확장성, 운영 효율성, 공공지원시설, 주변지역 개발 정도, 토지 이용, 기존 공항과의 관계, 투자 여건 등이라고만 발표했을 뿐 평가 항목과 가중치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지역은 2011년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당시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백지화 발표 이후에야 평가 항목과 배점을 공개했다. 막상 공개하고 보니 고정 장애물 점수에서 산악장애물이 없는 가덕 입지의 경우 8.5점 만점에 8.5점 가까이 나와야 함에도 5.2점이 나왔으며, 공역의 경우 김해공항과 조정이 가능한데도 밀양은 8.5점, 가덕은 3.0점으로 평가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가 이뤄졌다. 또한 소음분야에서도 소음 피해가 전혀 없는 가덕의 경우 소음가중치 7.5점 중 44%에 불과한 3.3점만 줘 낙제점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평가 결과에도 백지화 이후 부산시로서는 바로잡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부산지역의 트라우마는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밀양 지역의 산을 덜 깎아도 공항이 조성될 수 있도록 공항 주변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항공학적 검토'를 입지 평가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입지 평가 요소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용역 결과 도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는 게 부산지역 여론이다.

박인호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대표는 "터무니없는 평가로 인한 신공항 백지화 경험이 있는 부산으로서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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