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앞둔 지역 유통가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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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룸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하자 부산 지역 유통업체와 요식업체, 호텔, 골프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백화점의 경우 명절 선물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선물세트의 95%가 5만 원이 넘는다.

백화점 명절 대목 '직격탄'
식당가 "3만 원 상한 지나쳐"
골프업계 "회원 급감할 듯"
호텔도 접대 매출 타격 우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은 과일과 한우가 주력인데 5만 원 이하는 없다"며 "단가를 낮춘 선물 구색을 강화하는 등 당장 추석 선물시장에 대한 세부 점검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백화점보다는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 재배 중인 부산·경남의 한우, 과수, 화훼 농가의 타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남 창원의 한 축산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우는 명절 선물 매출 비중이 엄청나게 큰 품목으로 5만 원 상한선에 걸려 이제는 수입 쇠고기만 잘 팔리게 됐다"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화훼 농가에서도 국산 꽃의 8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경조사 비용 상한선을 10만 원으로 책정해 상당한 매출 타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요식업계 역시 '식사 대접 3만 원 상한선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비등하는 양상이다. 부산진구의 한 대형 식당 관계자는 "저녁에 밥만 먹는 접대가 어디 있느냐"며 "술 한잔 하면 보통 1인당 3만~5만 원이 든다"며 "그걸 못 하게 하면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각에서는 식당에 '2만 9천 원짜리' 메뉴가 쏟아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역 호텔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가뜩이나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호텔 경영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까지 등장해 당혹스럽다"며 "호텔에서 3만 원 이하 메뉴는 커피와 주스밖에 없는데, 비즈니스 접대 관련 매출은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골프업계도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접대골프 이용객 수는 연간 최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골프업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손님이 반으로 줄 것"이라는 격한 반응도 적지 않다. 부산지역 골프장 관계자는 "법인 회원권의 상당수가 접대를 위해 구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법이 시행되면 이런 물량이 대거 처분되면서 회원권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세트와 골프장 접대가 막히면 현금성 접대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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