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통의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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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37년생이다. 그는 갑자기 BIFF의 장래를 짊어지게 됐다. 1년 8개월간 티격태격하던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 양측이 영화제가 다가오자 폭탄을 그의 손에 넘긴 것이다. 이럴 경우 "왜 그 사람이냐"며 또 잡음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용하다. 그는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이다. 대체 그의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카리스마는 종종 연륜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그냥 나이가 많다고 되는 건 아니다. 그 분야에 헌신한 경력이 풍부해야 한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귀국길에 눈 속에서 길을 잃고 위기에 처했다. 관중이 제일 나이 많은 말 한 마리를 풀어 주었다. 늙은 말이 후각에 의존해 나아간 길을 따라갔더니 큰길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노마지지(老馬之智))라고 한다. 위기의 순간엔 경험 많은 연장자가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BIFF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부산 사람들은 '노마(老馬)'가 가는 길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카리스마는 소통에서 더욱 강력하게 발산된다. 그는 소통을 위해 선물과 술자리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전 세계 영화인과 만나는 그는 작은 선물로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선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선물은 작은 전통공예품이나 인삼차가 자주 쓰인다. 이보다 더 감동을 주는 선물은 사진이다. 사진촬영이 취미인 그는 영화인들을 만날 때 사진을 찍은 뒤 인화지로 옮겨 후일 전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로부터 사진 선물을 받은 이는 예외 없이 BIFF의 우군이 된다고 한다. '타이거클럽'이란 모임이 있다. 그의 이름에서 호랑이 호(虎)자를 딴 모임으로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 대만의 거장감독 허우샤오셴 등이 멤버인데 소문난 주당들이다. 이들이 나눈 폭탄주가 없었다면 BIFF의 세계적 명성도 덜했을 것이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10일 칸영화제 참석차 출국했다. BIFF가 건재함을 알리는 자리다. 18일 귀국해서는 국내 영화인들을 만나 BIFF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다툼이 일상인 요즈음 연륜과 소통의 카리스마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이상민 논설위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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