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전도사' 광운대 최은하 교수 ,"플라즈마요? 인류 구원할 배트맨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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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띤 중성기체예요"

머리가 멋지게 벗겨진 광운대 전자바이오물리학과 최은하(57) 교수. 필자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이 대학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만나자마자 먼저 '플라즈마(Plasma)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금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최 교수는 나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 것 같은데 인문계 출신인 필자에겐 여전히 어렵게만 들린다.

그래 좀 더 쉬운 풀이를 채근해봤다. "중고교 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것처럼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로 이뤄져 있는데 바로 이들 다음 '제4의 물질'을 플라즈마라고 보면 됩니다. 물리학에선 우주생성의 기본물질이고, 의학분야에선 생명형성의 원초물질이죠." 아하!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최 교수는 지난 1987년 KAIST에서 플라즈마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 동안 이를 연구하며 알려온 '플리즈마 전도사'다. 현재도 6년째 운영중인 이 대학 플라즈마바이오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데 본보와의 인터뷰는 바로 대학 내에 설치돼 운영중인 연구소에서 진행됐다. 

그는 또 오는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진공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진공학술대회(IVC-20) 부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다고 살짝 귀띔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어렵고 까다로운 플라즈마의 연구결과가 실험실을 떠나 서서히 우리 실생활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이용·미용과 성형, 구강외과에서 치매나 암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 

과연 플라즈마가 모든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배트맨'이 될지 궁금증을 한껏 자아낸다.이런 '정의의 사자'와 한창 씨름 중인 최 소장을 만나 저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북극 오로라도 일종의 플라즈마

문)한마디로 플라즈마란?
답)전기를 띤 중성 기체입니다.

문)어렵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답)고체, 액체, 기체상태 다음의 제 4의 물질상태라고 불리는 전기를 띤 기체들의 집단이다. 우주에서 99.9%의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문)북극권에서 볼 수 있는 푸른 빛의 오로라도 플라즈마의 하나인가.
답) 그렇다. 오로라는 전자들이 자기장을 타서 흘러갈 때 질소기체와 부딪혀 빛이 나는 것을 말한다.넓은 의미로 플라즈마는 전기기체인데 빛까지 포함하고 있다.

문)플라즈마라고 붙여진 명칭이 의학과도 관련이 있는가
답)의학에서 말하는 피의 성분인 혈장을 플리즈마라고 한다. 105년전인 1911년 랭뮤어가 전기를 띤 물질을 플라즈마라고 명명한 배경에는 이런 의학적 배경이 깔려 있다.

문)당시 명명된 플라즈마를 실험으로 입증한 것도 같은 시기인가
답)아니다. 그로부터 약 40년 후인 1953년에 미국 물리학자인 밀러가 암모니아, 메탄, 수증기, 수소등의 기체로 이뤄진 원시대기 상태에서 방전실험을 실시했다. 여기서 그는 알라닌, 글리신과 같은 아미노산의 형성을 봤다. 아미노산은 2~3개가 결합해 생명의 기본물질인 단백질을 형성하는 구성분자이며, 더 나아가 이들의 중합으로 생명물질이 탄생하게 된다.

문)또다른 괄목할만한 플라즈마 연구도 있었다는데
답)그렇다. 같은 1953년에 생물학자인 왓슨과 물리학자인 크릭은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물질인 DNA는 이중나선구조로 이뤄진 핵산물질'임을 발표해 신비한 생명의 원초적인 물질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할 수 있게 했다. 이 연구로 인해 DNA와 생명을 이루는 기본물질은 모두 단백질로 이뤄어져 있고, 모든 질병은 단백질의 변형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 변형된 단백질, 정상화시키면 질병치료 가능

문)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론적으로 변형된 단백질을 정상화시키면 질병치료가 가능한 것 아닌가?
답)그렇다. 현대의학에선 정상세포의 돌연변이 변형으로 피부병, 치매같은 병이 생긴다고 본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아토피 피부병, 암과 같은 난치병 모두 생명의 원초물질인 플라즈마를 이용해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문)플라즈마로 암치료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답)암세포 치료원리는 사실 어려우면서도 간단하다.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활성산소 함유량에서 차이가 난다. 정상세포는 암세포에 비해 활성산소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활성산소의 순수한 증가량을 보았을때 암세포에서 정상세포보다 빨리 세포치사량을 초과하게 된다. 따라서 플라즈마에 의해서 정상세포보다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세포자멸사에 들어간다.

 ■일부 연구결과, 실험실 떠나 상용화 단계

문)진행중인 연구결과 중 실제 현장에 투입될 것이 있는가
답)플라즈마를 실생활이나 의료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선 몇가지 선결과제가 있다.첫째 전기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생체조직에 열을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셋째, 사용하기 편리한 플라즈마 소스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해결해야 플라즈마바이오과학 및 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질병치유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문)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 있는가
답)치아미백용 제품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치아미백을 위해선 종전에는 과산화수소를 많이 썼는데 이 제품은 저온대기압플라즈마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치아변색물질을 제거하도록 설계돼 짧은 기간내 치아를 밝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신종 바이라스 살균과 소독에도 용이하다고 들었는데
답)그렇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 때 우리 사회는 값비싼 댓가를 치렀다. 신종 바이러스의 살균, 구급차나 응급실 소독 등 기존 방법으론 한계에 봉착한 사실도 경험했다.
 
이런 경우 저온대기압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면 뜻밖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를 살균할 때도 플라즈마의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

문)요즘 100세 시대라고 한다. 곳곳에서 플라즈마의 활약상이 기대되는데
답)이제 한국도 장수 건강복지 시대에 접어들었다. 저온대기압바이오플라즈마를 통해 혈액과 혈관청소를 하고 노화세포를 젊은 세포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다양한 퇴행성 질환 역시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이 기술은 간암, 폐암, 뇌암, 유방암, 췌장암, 피부암, 혈액암 등 난치암과 외상 및 화상 치료와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플라즈마 의료기기 장비 제작 역시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 사진=김호일 선임기자 t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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