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쓰레기 천지, 그물이 안 남아납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5일 부산 삼락생태공원 앞 낙동강에서 구포어촌계 어민들이 그물을 끌어올리자 쓰레기와 오니로 범벅이 된 그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5일 오전 10시께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인근 낙동강. 구포어촌계 어민들이 그물을 당기자 진흙이 엉킨 채 함께 올라왔다. 진흙은 수초와 오니(汚泥·오염된 흙)가 뭉쳐 덩어리져 있었고, 썩은 내를 풍겼다.

진흙과 함께 각종 쓰레기도 걸려 올라왔다. 비닐, 과자 봉지 같은 가벼운 것부터 화분이나 1m가 넘는 나무까지 다양했다. 그물은 가득 차 있었지만, 정작 물고기라고는 썩어 문드러진 잉어 한 마리가 전부였다.

나무·비닐·수초 엉긴 흙…
보 방류 때 하류 떠내려와

구포어촌계 등 어민들
"보 설치 유속 느려진 탓
그물 손상 갈수록 심각
두 달 동안 100여 개 훼손"


가로 100m, 세로 8m 그물은 원래 두 사람이 여유 있게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오니와 각종 쓰레기 때문에 힘겹기만 했다. 큰 덩어리가 걸린 탓인지 그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자 어민들은 어선에 그물을 묶은 뒤 어선의 동력으로 그물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물을 칼로 잘라 냈다. 절반 정도 끌어올린 그물도 선착장에 둘 경우 썩은 내를 감당할 수 없어 어촌계에서 폐기처분 전 모아두는 장소에 뒀다. 허탕 친 어민들은 "처음 사용한 그물인데, 오늘 낙동강 청소 잘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5일 구포어촌계에 따르면 오니와 쓰레기가 걸려 폐기된 그물이 3~4월 동안 70개가 넘는다. 인근 김해어촌계 등까지 포함하면 100개는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어촌계 전체 그물의 30% 수준이다. 낙동강 어민들이 사용하는 그물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10만~15만 원 선이며 보통 3년을 쓴다.

어민들은 보가 완성되고 유속이 약해진 낙동강에 오니가 많이 쌓여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4대강 사업 후 낙동강의 유속이 5배가량 느려졌다고 유속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그물에 걸린 썩은 잉어.
조호상 구포어촌계장은 "갈수기 동안 방류를 하지 않다 4월부터 본격 방류를 하다 보니 강바닥에 침전되어 있던 오물들이 많은 유량에 함께 떠내려와 그물에 걸린다"며 "그동안 쓰레기들은 종종 걸렸지만 그물을 못 쓰게 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겨울 가뭄이 계속된 데다 올해 봄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대량 방류는 보통 6월 이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봄비가 많이 내려 장마 수준인 초당 1천200t 이상(창녕함안보 기준)의 대량 방류가 4월부터 5차례 이어졌다.

낙동강에 있는 보들은 창녕함안보의 수위를 기준으로 방류를 결정하는데 평소 수위 5m를 유지하다 강우로 인해 5.5m가 되거나, 예상될 경우 방류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는 갈수기로 방류하지 않다 지난 3월 한 차례 방류했으며 지난 6일 강우 이후 계속 방류 중이다.

수자원공사 통합물관리센터 관계자는 "6월께에는 겨울 동안 마른 풀들이 거름이 되지만 4월에는 아직 거름이 되기 전이라 형태를 유지한 채 그물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어민들과 함께 피해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부산대 주기재 환경과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표층 수질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퇴적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