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어' 아우성 '학생 넘쳐'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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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해원초등학교 교문 옆에 과밀학급 해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해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로 이사 온 이 모(38·여)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학교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배정 받은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근처 다른 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씨는 "애초에 수요에 맞춰 학교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교육청이 뒤늦게 증축안을 꺼내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래 등 구도심·원도심
학교 존립 걱정 현실화

강서·기장·해운대
"과밀학급 해소" 잇단 민원


신도시 개발과 도심 재개발 등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건설된 지역의 학교가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 구도심 지역은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존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새 주거지의 신설 학교는 학생 과다 유입으로 '콩나물 교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 있는 내성초등학교는 지난 1907년 문을 연 동래 지역 최초의 공립보통학교다. 한때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를 자랑했지만 복천동 일대 재개발로 인해 인구가 대거 빠지면서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학생 수는 306명, 학급당 학생 수는 18명으로 뚝 떨어졌다.

원도심 학교들도 인구 유출과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 남짓까지 하락하는 등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기장군 정관신도시,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등은 수년째 학급 과밀 현상으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개교한 정관신도시 정원초등의 전체 학생 수는 지난해 초 1천279명, 학급당 학생 수는 34.6명이었다.

도심 재개발로 인해 과밀학급이 된 동래구 명륜초등은 2013년 초 학급당 학생 수가 23.5명이었지만 지난해 34.9명으로 껑충 뛰었다.

학생 수용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부산의 경우 구도심과 신도시가 함께 맞물려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 이상인 학급을 '과밀학급'으로, 전체 학생 수가 1천680명 이상인 학교를 '과대 학교'로 본다.

학급 과밀현상을 빚게 된 것은 애초 교육청이 학생 수 변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1년 부산시교육청은 명지오션시티 남명초등이 2013년에 개교하면 명호초등의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기준 이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7.0명으로 되레 증가했다. 같은 시기 남명초등의 학급당 학생 수도 34.0명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올해 오션초등이 추가로 문을 열어 400명이 넘는 학생을 받았다.

매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학교 신설도 쉽지 않다. 부산시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지난해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동래구 명륜동, 남구 대연동 등에 초등학교 신설 계획을 냈지만 교육부로부터 모두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학급을 증축하거나 학생을 재배치하는 방법, 장기적으로는 학교를 신설하는 방법이 있다"며 "학교 신설의 경우 5~10년에서 20년까지 중장기적 수요 전망 등 여러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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