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곡수원지 뒤덮은 폐페인트
부산 시민의 휴식처이자 문화재로 등록된 초읍 성지곡수원지가 환경오염 위기에 처해있다. 폐기물로 알려진 폐페인트의 찌거기와 분진들이 유출, 호수에 가라앉고 주변 숲을 뒤덮었다. 성지곡수원지 주변에 있는 방호벽 도색작업 과정에서 폐페인트에 대한 수거·처리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져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19일 오전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내 성지곡수원지. 숲과 가까운 호수 위에 노란색을 띤 찌거기들이 세로 10m 이상 길게 떠 있었다. 1~2㎝ 크기의 찌꺼기를 비롯해 미세한 분진들이 호수 가장자리를 메우고 있었으며 일부는 가라앉고 있었다. 가장자리에 있던 찌꺼기들이 바람에 실려 호수 중앙으로 흘러갔다. 수원지에 있던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나와 찌꺼기를 먹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호수 주변 숲에도 알록달록한 찌꺼기들이 나무 사이로 흩어져 있었다.
방호벽 재도색 작업 폐기물
특별 관리 필요한 유해물질
일부는 가라앉아 오염 심화
시민 항의 뒤늦게 수거 나서
이들 찌꺼기와 분진들은 폐페인트들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성지곡수원지 2.4㎞ 둘레의 순환도로에 있는 방호벽 도색 작업 중 발생한 것이다.
폐페인트는 부식성, 감염성, 생태 독성 등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로 지정돼 있다. 이들 폐페인트 가루들이 호수나 숲의 흙 속에 스며들거나 물고기들에게 흡수되면 심각한 환경 오염과 생태계 교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폐페인트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유해물질로 분해성이 낮아 오랜 기간 동안 자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수원지에 한꺼번에 많은 양이 흘러 들어가면 환경 오염은 물론 결국 시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폐페인트 찌꺼기의 유출은 결국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졌다. 성지곡수원지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측은 방호벽의 탈색된 기존 페인트를 벗겨 내는 과정에서 폐페인트에 대한 수거 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폐페인트가 발생하는 즉시 비닐봉지에 담거나 진공 청소기로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폐페인트를 곧바로 처리하지 않고 한곳에 모아뒀다. 이로 인해 바람이 불자 폐페인트 찌꺼기들이 주변 호수나 나무로 흩어졌다.
특히 관리공단 측은 폐페인트가 호수로 유입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다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뒤늦게야 수거 작업에 나섰다. 한 시민은 "폐페인트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항의했으나 오히려 작업에 방해된다고 핀잔만 들었다"며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 측 관계자는 "폐페인트가 유입되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수거 작업에 나섰다"며 "앞으로 폐페인트가 날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