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발로 나무 사라진다] 10만 그루 베고 이식은 1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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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공사, 일광지구 등 무차별 벌목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오리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에 쌓여 있는 소나무 더미. 수령이 수십 년 된 직경 50㎝ 이상의 소나무들이 마구잡이로 벌채돼 파쇄를 기다리고 있다. 황석하 기자

부산도시공사가 부산 기장군 일광면과 장안읍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무 10만 그루가량을 베어 내고 있지만, 이 중 이식할 나무로 고작 1.3%인 1천400여 그루만 선정해 산림보호에 눈감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꾼 나무를 개발 명목으로 잘라내 상당수를 파쇄해 버리는 행위는 결국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장군 일광지구 등 사업지
부산도시공사 무차별 벌목
공공개발 핑계 이식률 1.3%
"산림 훼손 결국 국가 손실"


지난 15일 오후 기장군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 2구역 주위는 '나무 대량 학살'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울창했던 숲이 사라지고 시뻘건 흙바닥이 대체한 자리에 굴착기가 잘려나간 나무들을 3~4m 높이로 쌓아 올리고 있었다. 굴착기 옆 파쇄기는 굉음을 내면서 나무를 갈아먹고 생긴 가루를 뿜어냈다. 일광지구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 관계자는 "파쇄된 나무들은 반출돼 연료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에서 북동쪽으로 5㎞ 떨어진 장안읍 오리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 현장도 참혹하기는 마찬가지. 벌목으로 초토화된 언덕 도처에서 나무가 뿌리째 뽑힌 흔적이 발견됐다.

부산도시공사는 수년 전부터 현재까지 기장군에서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123만㎡)와 오리일반산업단지(63만7천㎡)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본보가 이 두 곳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훼손 수목 수는 일광지구에서 3만 5천230그루, 오리일반산업단지에서는 이보다 배 이상인 7만 240그루인 것으로 확인됐다. 잘리는 나무들 중에서는 적송과 곰솔, 리기다소나무 등 소나무 종류가 총 7만 6천616그루로 전체의 72.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졸참나무, 갈참나무, 아까시나무, 은사시나무, 사방오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벌목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잘라 내는 나무 10만 5천470그루 중 재활용 목적으로 선정된 이식 수목은 일광지구에서 700여 그루, 오리일반산업단지에서 700여 그루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98.7%의 나무는 현장에서 파쇄돼 폐기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직경이 굵고 수령도 오래된 소나무 종류는 마구잡이로 베어 내면서, 이보다 작은 나무들을 이식목으로 살려두는 등 이식 수목 선정 기준도 논란거리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두 지역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마구잡이로 벌채가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공공개발이라 하더라도 이에 따른 대규모 산림 훼손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도시공사 측은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의 경우 애초 260그루를 이식하기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했지만 이후 700그루까지 늘려 잡은 것"이라면서 "오리일반산업단지 나무 이식과 관련해서는 기장군청과 협의 중이기 때문에 계획보다 더 많은 나무를 이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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