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성경탁 소장 "로봇은 사람을 도울 뿐 대체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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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된 기술이 사람의 역할을 확장해줄 것입니다." 로봇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소장 성경탁(비뇨기과) 교수는 오는 23일 중국에서 아시아 대표로 '진보된 로봇 수술의 현재'를 논하는 강연과 수술 시연을 한다.

지난달 13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처음 승리한 날, 일본 NHK 기자는 데미스 하사비스 개발자에게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사람 생명과 직결된 의학에 접목했을 때, 의료전문가들은 오류라고 본 것이 나중에는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면 더 혼란을 부르지 않겠나"고 질문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게 한 질문이었다.

국내 로봇 수술의 선구자
중국서 강연과 수술 시연도

이를 두고 국내 로봇 수술의 선구자인 성 교수는 "현재까지 기술로는 최종 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외과에 도입된 기술들은 사람의 한계를 넓혀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서예가라도 작은 글씨를 쓸 수 없듯 의사의 손과 눈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로봇은 큰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현재 전립선암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다빈치 로봇'의 핵심 기술은 미군이 전쟁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NASA 전략 부서가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1997년 임상실험을 거쳐 현재의 기술에 다다랐다. 현재 수술 로봇과 관련해서는 다빈치 로봇이 최첨단이다.

다빈치 로봇에 쓰인 핵심 기술은 2018년엔 기술 독점이 풀려, 경쟁 회사들이 앞다퉈 이를 토대로 연구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 교수는 "중국에서도 관심이 높아 기술 개발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선 다빈치 로봇을 사들인 후 분해해 기술 연구를 하다 제조사에 발각돼 한동안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발전은 '좋은 의사'의 개념도 바꿔놓고 있다. 성 교수는 "과거에는 크게 자르고 깨끗하게 봉합하는 의사를 유능한 의사라고 생각했다"며 "현재는 적게 잘라 정밀하게 수술하는 의사를 유능한 의사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현재 전립선암 수술에 전문으로 쓰이는 다빈치 로봇은 540도를 움직이는 관절과 입체 시야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성 교수는 2002년, 당시 우리나라엔 다빈치 로봇이 도입되지 않아 싱가포르에서 한국인 수술을 시작했다. 현재는 1년에 1천150번 정도의 수술을 하고 있다.

성 교수는 로봇 수술의 다음 단계는 "암 덩어리를 액화시키고 기화시켜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부분을 로봇이 보완하고 딥러닝처럼 로봇이 이를 꾸준히 습득하면 다음 단계가 인공지능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인간의 판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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