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韓-日 지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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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지진 발생 시 전달체계 비교해 보니

17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현 고쿠후 고등학교 운동장에 피난민들이 "종이(화장지를 의미), 빵, SOS, 물" 등의 글자 모양대로 의자를 배열해 구호 요청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 현에서는 지진으로 많은 주민이 피난소 생활을 하고 있으며 고쿠후 고등학교도 피난소로 이용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진, 지진, 지진입니다!"

17일 오후 6시 40분, 일본 정부로부터 국민들에게 문자가 날아들자 이 같은 알림음이 울렸다. 후쿠오카, 가와시마, 구마모토 현에 잦은 여진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날만 벌써 두 번째 문자다. 휴대전화 알림음은 모든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크고 자세히 전달됐다.

日, 전 국민에 여진 대비 문자 
위기마다 '재난 강국' 진면모
'무대응 일관' 부산과 대조적 
서 시장, 어제서야 대책 주문


일본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재난 강국' 일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정부의 재난 알림 문자는 지진, 해일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다. 정부의 문자 알림이 있은 뒤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은 속보로 타전된다. 정부라는 제1의 채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들이 나서서 119 신고나 SNS 등으로 지진 발생 여부를 확인했던 지난 16일 부·울·경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대처 방식이다.

주말 새벽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란 시민들은 "평소 안전운전 홍보 같은 시답잖은 내용으로 사이렌을 울려대던 긴급재난문자가 정작 지진 때는 한 통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울산시는 "리히터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관측되면, 전 시민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알리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요구에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아직 지진에 대한 종합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8일에야 서병수 부산시장이 간부회의 자리에서 "지진 정보를 시민들에게까지 전달할 방법을 강구하고, 지진 종합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주부 이 모(43·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혹시 또 있을지 모를 여진에 대비해 집 안의 물건 위치와 가구 배치까지 싹 바꿀 만큼 불안이 심한데, 정부나 부산시는 너무 조용한 거 아니냐"며 "일부 공무원에게만 지진 문자가 갔다는 소리를 듣고, 시민 안전은 뒷전인 건지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측은 "통상적으로 재난 발생 때 간부들과 유관 부서에 발송되는 비상연락망이 가동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시민안전실의 한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하면 일단 공터로 나가고, 평소 대처 요령을 익혀 스스로 안전을 챙기는 수밖에 없다"며 "울산시처럼 문자를 보내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지만, 지진은 어차피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자가 전송되었을 땐 이미 진동이 지나간 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의 기민한 대응과 일본 정부의 빠른 대처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교육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마모토 거리에서 만난 미즈노(42) 씨는 "방송에서 굳이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교육 받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일본)=김준용 기자·이자영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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