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마모토 강진 한국 대응] "대피한 지 40분 지나서야 문자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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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발생으로 구마모토 공항이 폐쇄돼 현지에 머물다 16일 오후 후쿠오카 공항에서 임시 운항편으로 귀국한 한국인 여행객이 지진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새벽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여파로 부·울·경에서까지 진동이 감지돼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 지자체 차원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이나 지진정보 안내가 전혀 없어 재난 대응 매뉴얼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 여행 중이던 우리 국민들도 일본 정부와 대조되는 외교부와 영사관의 안일한 대응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16일 오전 1시 30분께 일본 오이타 현 벳푸역에서 15분 거리에서 숙박 중이던 김이경(45) 씨. 갑작스러운 호텔의 지진 안내방송을 듣고, 8층 방에서 1층까지 아무 것도 챙기지 않고 뛰어나왔다. 하지만 대피한 지 40여 분이 지난 뒤에야 영사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구마모토 현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김 씨는 "문자에 다른 지역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며 "일본어도 모르고 로밍도 안 해 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발생 내용 뿐  
안일한 영사관 대응 끔찍"  
현지 여행객들 발 동동  

부산시 홈피 내내 먹통  
새벽 잠 깬 시민들 분통


반면 일본 정부는 이날 세 차례에 걸쳐 재난 경고 문자를 보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던 우리 여행객들은 직접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귀국 방법 등을 문의해야 했다. 이에 대해 후쿠오카 총영사관 관계자는 "알림이 늦은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새벽 부산에서도 구마모토 강진의 영향으로 진도 3 정도의 진동이 감지됐다. 놀란 시민들은 잠을 설쳤지만, 주말 새벽에 발생한 지진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특히 원전을 끼고 있는 기장군과 인근 해운대구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한 시민은 "부산에서 느낀 제일 큰 강도의 지진이었던 거 같은데, 툭하면 오던 재난문자도 한 통 없더라"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NHK나 일본 기상청 등에서 직접 지진 관련 정보를 찾아봐야 했다. 사상구 학장동 한 시민은 "살짝 잠들었다가 1~2초가량 흔들리길래 놀라서 깼고, 일본 기상청에서 일본 지진 여파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남구에 사는 한 직장인은 "옷걸이에 걸린 옷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심했는데 심야에 확인할 방법이 없어 외신을 보고서야 일본 지진 영향인 줄 알았다"며 "정부나 부산시는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부산시 홈페이지의 지진 관련 링크도 주말 내내 '먹통' 상태였다. 포털에서 '부산 지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bangjae.busan.go.kr)의 '지진정보'를 클릭하면 '사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만 떴다. 대학원생 민성준(28) 씨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지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진동 발생 당시 상황실과 당직실 근무자들은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1시간쯤 지난 뒤에야 방송사에 팩스를 보내 안내 자막방송을 요청할 수 있었다"며 "지진은 기상청이 감지해 국민안전처에 알리고 안전처에서 일괄적으로 재난문자를 보내게 돼 있는데, 이번 진동은 국내 발생 지진이 아니라 문자가 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영·김준용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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