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까지 뒤흔든 日 지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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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낀 지진 충격에 시민들 '패닉' 상태

지난 16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현 미나미아소에서 경찰들이 도카이대학 학생들이 머물던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서일본신문 제공

열도의 지진이 바다를 건너 부산까지 흔들면서 불안과 공포도 대한해협 건너 부산을 덮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시 25분께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熊本) 현에서 발생한 지진은 부산까지 흔들었다. 밤사이 시민들이 느낀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부 시민은 처음 겪은 지진의 충격에 '패닉' 상태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산시민들은 지진이 더 이상 '바다 건너 남의 일'이 아님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 특히 부산에는 고층 건물과 대형 교량이 많아 지진 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돼 지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대응 능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구마모토 현 강진 발생
부·울·경, 진도 3 이상 진동
소방본부에 신고 1천900건

지진 관측 2010년 후 급증
"바다 건너 남의 일 아니다"


시민 김혜정(47·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는 일본 지진이 발생했던 16일 오전만 떠올리면 오싹한 마음에 아직도 몸이 떨린다. 당시 김 씨는 지진의 공포를 처음으로 체험했다. 갑자기 침대가 격렬히 흔들렸고, 서랍의 고리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실제 진동 시간은 수 초에 불과했지만 공포는 1시간 이상이었다. 그는 진동 이후 실내에서 한 발 한 발 떼는 것조차 두려웠다. 땅이 푹 꺼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김 씨는 현재까지도 지진의 공포로 인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김 씨는 "길 가다가도, 집에 있다가도 혹시나 건물이 무너질까 겁나서 움츠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지진 여파로 부산, 경남 등 남부 지방에도 진도 3 이상의 진동이 전달됐다. 당시 부산소방안전본부에는 지진 발생 불과 1시간 사이 1천900여 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전국적으로도 3천900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본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는 '거실 샹들리에도 다 흔들리고 어항도 물도 심하게 요동친다' '창문 부딪치는 소리가 심상찮다' '두꺼운 강화유리가 흔들린다'는 등의 반응들이 접수되거나 게재됐다.

그날의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부산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마모토 현의 지진을 놓고 일각에서는 대형 지진을 예고하는 '전진(前震)'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에 규모 9 안팎의 대지진이 발생하면 부산에는 이번 구마모토 현 지진 진동의 배 이상인 진도 6 이상이 전달될 수 있다.

이 같은 대지진이 일본 본토가 아니라 한국과 가까운 대한해협에서 발생할 경우 끔찍한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에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초고층 아파트와 광안대교 등 바다 위 대형 교량이 많아 쓰나미에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단층이 일본에 2천 개나 분포해 강진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언젠가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지진 관측 건수는 1980년대 연평균 16회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58회로 증가했다.

부산대 정진환 건축공학과 교수는 "땅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만큼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며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끔찍한 만큼 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회부 moon@busan.com





본보 김준용 기자 현지 급파


본보는 16일 발생한 일본 규슈 지역의 지진 피해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 편집국 사회부 김준용 기자를 이날 오후 현지로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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