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되니… PK 정치권 '뒤바뀐 존재감'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대 총선을 전후해 여야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위상은 더욱 대조적이다.
새누리당 PK 정치권은 '갑(甲)'에서 '을(乙)'로 처지가 추락한 상황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PK 정치권은 존재감이 '수직상승'이다.
새, 최고위 중 김정훈만 살아
비대위에 PK 출신 거론 안돼
더, 3선 김영춘 원내대표 물망
박재호, 최인호 등 역할론 기대
이번 총선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PK당'이라고 시샘 받을 정도로 이 지역 출신들이 완전 장악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김정훈·김태호·안대희 최고위원이 모두 PK 출신이다. 김정훈 최고위원은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까지 겸임했다. 무투표로 당선된 이군현 전 사무총장은 중앙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 이들 중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은 김정훈 의장 뿐이다. 김무성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고, 김태호·안대희 최고위원은 각각 총선 불출마와 낙선한 상태다.
오는 22일 구성될 비상대책위에도 PK 출신들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는다. 향후 당권 경쟁에서 6선인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고 5선인 정갑윤 이주영 의원과 4선인 김정훈 유기준 조경태 김재경 이군현 의원이 선출직인 당직(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국회직(국회의장 및 부의장) 등을 노리고 있지만 얼마나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PK 전체 의석(40석)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122석)의 1/3로 줄어들어 존재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부산·울산·경남에서 13석을 야당 및 무소속 후보들에게 내줘 중앙 무대에서의 위상이 더욱 초라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3선 의원들의 몫인 국회 상임위원장을 PK에서 제대로 차지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PK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지역과 관련된 주요 법안 처리와 국비 확보가 걱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와 달리 더민주 PK 정치권은 '승승장구'다. 18일부터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으로 참여하는 김영춘(부산진갑) 부산시당위원장은 더민주 불모지에서의 3선 국회의원의 위상에 걸맞게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국회 상임위원장 등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박재호(부산 남을)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김경수(경남 김해을) 당선인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바탕으로 중앙당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민주는 이번에 PK에서 8석을 얻었다.
4·13 총선 이전에만 해도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만 사실상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PK 전체에서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친 탓이다.
국민의당은 PK 지역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지만 높은 정당득표율(부산 20% 울산 21% 경남 17%)을 기반으로 공략작업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