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당선인, 그리고…] '3전 4기 신화' 뒤엔 그녀들의 눈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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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3명의 아내 '뜨거운 내조 열전'

남구을 박재호 당선인과 아내 고(故) 이미선 씨.

부산을 발칵 뒤집어놓은 야권 돌풍의 중심에는 '3전 4기' 신화를 쓴 당선인들이 서 있다. 기약 없는 지난한 기다림이 계속될 때 넘어지려던 당선인들을 일으켜 세워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내였다. 화려한 조명 밖에서 묵묵히 내조한 당선인 아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열혈 지지자'… 전재수 부인

집 팔아 전세·월세로 옮겨
만삭 몸으로 표밭 누비기도

'조용한 내조'… 최인호 부인

병원 운영하며 묵묵히 도와
"좌절 모르는 남편 늘 존경"

'곁에 없지만'… 박재호 부인

지난해 암으로 세상 떠나
남편에 쓴 유서 SNS 화제

■곰살맞은 북구댁 최혜진(43) 씨


북강서갑 전재수(더민주) 당선인의 아내 '북구댁' 최혜진 씨는 당선이 확정되던 13일 한숨도 못 자고 14일 오후에 감사 인사를 위해 전 당선인과 동행했다. 최 씨는 "떨어지는 것은 정치인의 숙명이라지만 옆에서 그 고통을 함께 겪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 당선인은 10년간 선거에 3번 떨어지며 집도 자가에서 전세, 전세에서 월세로 떨어졌다. 최 씨는 "그래도 남편이라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으리라 믿어 끝까지 '첫 번째 지지자'가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인과 아내 최혜진 씨.
최 씨는 전 당선인이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인 2006년 북구청장 선거를 기억했다. 당시 둘째 채영(11) 양을 임신 중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보름 뒤에 출산했으니 언제 아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만삭이었던 셈. 2006년은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 대통령이 괴한에게 피습당해 야당 후보는 선거 운동도 제대로 못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 씨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북구 경로당을 돌아다니며 큰절을 했다. 만삭의 임신부가 절을 하니 할머니들이 "아 나온다. 니는 얼렁 드가라"며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남편인 전 당선인은 끝내 말리지 않았다. 최 씨는 "아마 말릴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 나중에 집에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할 때 정말 둘이서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묵묵한 돌직구 내조女 조지희(48) 씨

"여보,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사하갑 최인호(더민주) 당선인의 부인 조지희(48) 씨는 본격적인 선거가 돌입하기 전 반쯤 협박(?) 섞인 말을 건넸다. 2002년부터 15년째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당선인의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다. '배수의 진'이 통했던 걸까. 그는 4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조 씨는 "한번도 당선되지 않고 4번의 선거를 치르는 것은 가족으로서 보통 일이 아니었다"며 "정치 말고도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으냐고 설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갑 최인호 당선인의 아내 조지희 씨. 정종회 기자 jjh@

하지만 조 씨의 조언도 최 당선인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병원을 운영하는 조 씨는 선거에 진 뒤 병원을 찾는 주민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선거 이후 지역 주민들이 병원을 찾아 위로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면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병원을 연 이유는 최 당선인 때문이었다. 조 씨는 "봉직의로 근무하다 남편이 사하에 출마하면서 병원을 차렸다"며 "남편의 이야기를 전하고 경제적으로도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차례의 패배, 조 씨는 '출구조사 재선'이라고 남편이 불릴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여론조사도 이기고 출구조사도 이기는데 막상 개표를 하면 적은 표 차이로 지니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다"며 "남편이 포기하지 않을까 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암 투병 끝에 먼저 간 故 이미선 씨


'3전 4기' 남구을 박재호(더민주) 당선인의 아내 고(故) 이미선 씨는 지난해 11월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앞선 3번의 총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나눠 마신 아내 이 씨지만 정작 함께 축배를 들 수는 없었다.

남구을 박재호 당선인과 아내 고(故) 이미선 씨.

야당의 험지로 손꼽히는 남구을에서 박 당선인이 승리하자 아내 이 씨가 생전 남겼던 편지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다. 병환이 깊어지던 지난해 10월 이 씨는 병상에서 남편에게 보내는 3장 분량의 손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 이 씨는 "4년 전 그때처럼 제가 곁에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며 "부디 힘내서 내년 봄에 나를 찾아올 때는 기쁜 소식 기대하겠다"고 썼다.

박 당선인은 "형편이 어려워 한 달에 20만~30만 원씩 갖다 줘도 불평 한마디 없이 아이 셋을 건실히 키워냈던 강인한 사람"이라며 "아내가 생전 남겼던 편지와 메모를 안주머니에 늘 간직하고 다니는데 힘들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장병진·안준영·김준용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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