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카, 소두증 유발" 공식 선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3일(현지 시각)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명백한 원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를 소두증 원인으로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이번 일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간 연계성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기에 물려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는 상황은 역사에 없던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프리든 소장은 "선천적으로 소두증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평생 내야 할 비용은 1천만 달러(약 114억 3천500만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계성 처음으로 규명
"모기 물려 태아 기형 유발
역사에 없었던 일" 우려
CDC 공중보건 정보·보급 분야 담당자인 소냐 라스무센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태아의 소두증은 심각했다"며 "소두증의 외형상 특징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CDC 측은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곧 발간될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매디슨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제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하는 빈도나 임신부의 지카 바이러스 노출과 태아 소두증 발병 비례 여부 등은 의학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소두증 원인이 밝혀진 만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게 됐다. 그동안 각국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로도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각국 국민은 지카 바이러스에 둔감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지카 바이러스에 관해 거의 듣지 못했거나 알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역을 방문한 미국인 346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국 보건 당국은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이 곧 닥치는 데다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에서 북미로 북상 중이어서 조만간 미국에도 지카 바이러스 대란이 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에선 소두증 확진 신생아가 1천 명을 넘어섰다. 브라질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일까지 소두증 의심 사례 보고 건수가 6천906건에 달한다. 이중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1천46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에선 27개 주 전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 퇴치와 백신 연구 등을 위해 4년간 11억 9천900만 헤알(약 3천8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