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민심의 선택] 새누리 과반 확보 실패… 부산서만 6곳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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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02시 현재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고비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왔던 부산·울산·경남(PK)의 민심은 역시 매서웠다.

PK 유권자들은 개혁 공천의 요구를 끝내 무시하고 '잘못된 공천'을 강행한 집권여당에 표로 심판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텃밭'을 잃었고,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과반 의석 확보'에도 실패했다.

성난 PK 민심 매서운 심판 
더민주, 경남 김해갑·을  
무소속, 울산 3곳 승리 
국민의당 비례 13석 약진
부산 전체 투표율 55.4%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집권세력은 거대한 권력암투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고, 특히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65.8% 진행된 14일 자정 현재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가 109곳, 더민주 후보가 105곳, 국민의당 후보가 26곳, 정의당 후보가 2곳, 무소속 후보가 11곳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례대표의 경우 개표율 22.6%를 기록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19석, 더민주가 12석, 국민의당이 13석, 정의당이 3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칠 경우 새누리당은 128석, 더민주는 117석, 국민의당은 39석, 정의당은 5석, 무소속이 11석을 기록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의석 수는 과반(151석)에 훨씬 못 미친다.

14일 02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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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지역 새누리당 성적은 '참패'에 가깝다. 전체 40개 선거구 중 12곳에서 야당 또는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PK 의석의 30%를 잃은 셈이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갑, 남구을, 북강서갑, 사하갑, 연제, 사상 등 모두 6곳에서 더민주와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고, 울산에서는 울주와 북구, 동구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졌다.

경남에서도 창원성산은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에게, 김해갑과 을에서는 더민주 민홍철·김경수 후보에게 각각 밀리고 있다. 양산을에서도 더민주 서형수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앞서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PK 전체에서 4석을 잃은 데 그쳤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는 지역 정서를 무시한 공천과 후보 등록 직전의 '옥새파동' 등에 따른 민심 이반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PK 패배의 경우 역대 집권당 공천의 최대 무기였던 '현역 물갈이'를 단행하지 않고 무리하게 '상향식 공천제'를 밀어붙인 데 따른 반발심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최악으로 평가받은 19대 현역의원 전원을 재공천함으로써 민심 이반을 자초했고, 결국 유권자들이 표로써 물갈이를 단행하는 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특히 더민주의 부산 5석 획득은 20년 동안 공고히 지켜온 새누리당 1당 체제를 무너뜨림으로써 향후 부산 정치권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설 것임을 예고했다.

더민주의 부산 후보들은 거대 정치 이슈 대신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철저히 바닥 민심을 챙겨 예상을 뛰어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더민주가 PK 지역에서 교두보 확보를 뛰어넘는 선전을 펼친 것은 '양김(兩金)'시대 이후 공고화돼 왔던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2016년 4월 13일은 국민의 뜻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뼛속 깊이 새기게 한 날이다"고 했다.

이와 달리 위기에 몰렸던 더민주는 서울·수도권 상승세가 눈길을 끈다. 다만 야권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돌풍 수준이다. 호남을 싹쓸이하며 내심 기대했던 40석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도 3석가량을 얻을 수 있다면 전국 정당의 기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기택·박석호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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