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좀 찾아주오" 남부야학 또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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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역사의 야학당인 부산 남구 남부중·고등학교(이하 남부야학)가 이전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남부야학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소유의 현 남부야학 부지(문현지구대 옆 건물)가 재개발로 인해 지난해 10월 아파트 부지로 팔리면서 남부야학은 오는 10월까지 건설사에 건물을 비워 줘야 할 처지가 됐다.

현재 부지, 재개발로 팔려
대안 된 아시아공동체학교
"환경열악"학생·교사 반대
새 둥지 마련 재정난 호소


이 때문에 남부야학은 지난해 11월 배정학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문현동의 아시아공동체학교와 건물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1층 교실 일부를 개조해 야학당으로 운영하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남부야학 학생과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남부야학 최종용 교감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50~60대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대중교통이 없는 비탈길에 위치해 통학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한 건물을 두 학교가 함께 사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불편한 부분들이 발생할 우려도 컸다"고 말했다.

1972년 대연동의 한 공터에 천막을 지어 시작한 남부야학은 그동안 1천5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는 40~60대 학생 55명이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현직교사와 퇴직교사, 대학생 등 30여 명이 힘을 모아 자원봉사 형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구청으로부터 매년 800여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것 외에는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부야학 존속에 필요한 새둥지 마련을 위해서도 재정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2009년까지는 후원회를 통해 지역민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이 상당했으나, 여러 가지 내부 문제로 후원회가 해체된 뒤 후원금은 크게 줄어들었다. 학교 측은 "그렇다고 학생들한테 수업료를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남부야학 송순임 교장은 "아시아공동체학교로 이전할 경우 건설사가 내부 인테리어 비용으로 지원키로 한 금액을 임차료 삼아 새 부지를 찾고있는데 쉽지 않다"며 "지역의 여러 단체의 협조와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구청과 남부경찰서 등 유관기관들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지만 지원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쉽게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남부야학의 결정을 토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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