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뇌전증 치료, 정확한 진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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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일반인은 그것이 어떤 병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간질, 경기, 경련, 아주 옛날에는 지랄병이라고 불렸던 신경계 질환으로 어감이 좋지 않고, 선입견이 있어서 2009년 6월부터 대한뇌전증학회에서 공식적으로 뇌전증으로 통일해서 부르기로 정했다.

뇌전증 환자는 우리나라에서 전체 인구의 1~1.5%, 약 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뇌전증은 신경계, 즉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과흥분상태가 되어 정상적으로 뇌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부분적으로 과흥분상태가 되었다가 끝나면 그것이 부분발작이 되고, 전체 뇌가 과흥분상태가 되면 전신발작이 된다. 증상이 부분발작이든 전신발작이든 대부분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렇듯 아무런 조치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다.

뇌전증에 대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오해가 몇 가지 있다. 귀신이 들었다는 등의 병에 대한 비의학적인 생각이다. 분명히 뇌신경 세포의 이상으로 인한 의학적인 병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또 일부 특정한 병으로 인한 뇌전증 이외에는 유전이 되지 않는다. 뇌전증 환자는 병의 증상이 문제이지, 그로 인한 환자의 다른 부분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나폴레옹이나 시저와 같은 위대한 인물들도 뇌전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달리 다양한 치료법으로 완치되거나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 치료이며, 이로써 환자의 80% 정도가 약물로 조절이 된다.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는 수술적인 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검사에서 뇌의 병변이 확실히 보이는 경우는 약물 치료보다는 수술적인 치료가 더 우선적으로 선택돼 완치될 확률이 높다. 수술적인 치료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뇌전증의 원인 병소를 제거하는 절제술, 뇌의 반쪽이 특정원인으로 소생이 불가할 경우 반구절제술, 갑작스런 실신이 주 증상인 경우 뇌량 절제술, 원인 병소를 찾지 못할 때 시행한 신경조절수술 등이 있다.

모든 병이 그러하듯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며, 정확한 검사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의논해 치료를 결정하는 '다학제적 접근법'이 뇌전증 진단과 치료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처음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물론 기존에 병을 알고 있던 뇌전증 환자도 최신의 진단법과 치료법으로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김해유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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