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코비)-일(비틀) 고속선 경쟁 과열, 결국 승객 볼모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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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고속이 운영하는 코비.

부산~일본 여객선을 운항하는 일본의 고속선 선사가 '당초 합의된 정원보다 많이 태웠다'며 경쟁 선사 승객들의 하선(下船)을 강제로 막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철도 대기업이 보유한 이 회사가 한·일 간 뱃길 노선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미래고속과 코비호 일부 승객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8시 45분 부산을 출발해 9시 55분 대마도 히타카쓰 항에 도착한 코비호 승객 74명 중 24명은 JR큐슈고속선 직원들이 배 문을 막고 하선을 못 하도록 하는 바람에 30분가량 선내에 대기했다. JR큐슈고속선 측은 "코비호가 합의된 정원인 50명보다 초과 승선시켰다. 초과 인원은 선내에 대기해야 한다"며 승객들의 하선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미래고속 직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배에 갇힌 승객들은 15분 뒤 도착한 JR큐슈고속선의 비틀호 승객 200여 명이 입국 수속을 마친 뒤에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주말 황금노선 갈등 격화

지난 2일 대마도 항에서
비틀, 코비 승객 하선 막아

코비 "日 대기업 횡포로
사상 초유의 일 발생" 분통


앞서 코비호 2척을 보유한 미래고속과 비틀호 3척을 보유한 JR큐슈고속선은 2006년부터 공동운항을 시작해 부산∼후쿠오카·쓰시마 노선의 운항 일정을 공유해 오다 4월부터 단독운항 체제로 변경했다. 이후 양 선사는 '황금시간대'인 주말 오전 9시 전후 노선의 운항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 적잖은 진통을 겪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JR큐슈고속선 측은 선사 간 협의 과정에서 코비호가 15분 먼저인 8시 45분에 출발하는 대신 9시 출발하는 비틀호 승객이 항에서 기다리지 않도록 50명까지만 태우기로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일은 미래고속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고속 측은 JR큐슈고속선이 주장하는 합의는 승객 불편을 감안한 일종의 신사협정일 뿐이며, 이전에도 합의보다 조금 초과되는 승객에 대해서는 서로 양해하고 넘어가는 게 관례였다고 반박했다.

미래고속 관계자는 "8시 45분 노선도 JR큐슈 측이 9시 노선을 고수하는 바람에 사실상 양보를 한 것인데, 200명 정원의 배에 50명 탑승을 강제 규정처럼 적용하라는 것은 지나친 횡포"라며 "더구나 승객의 하선을 막은 것은 초유의 일로 일본 대기업의 '갑질'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JR큐슈고속선은 일본 큐슈 지방 대부분의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JR큐슈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승객 김 모(29) 씨는 "일행 중 일부가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었다'고 상당히 불쾌해했다"며 "아무리 선사 간 경쟁을 벌인다 해도 승객들의 하선을 막은 건 지나쳤다"고 말했다.

JR큐슈고속선이 운영하는 비틀.
이에 대해 JR큐슈고속선 관계자는 "승객 인원이 초과되는 부분에 대해 미래고속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쓰시마 노선 승객은 2010년 이전까지 편도 기준 한 해 5만 5천 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7만 명으로 최근 몇 년 새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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