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 열고 멈춰 버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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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운영상의 미숙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개관 4달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역사관 내 여러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고, 제대로 된 홈페이지나 팸플릿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6일 본보 취재진이 직접 부산 남구 대연동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을 때 건물 입구에는 여전히 개관 기념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사진)이 붙어 있었다. 역사관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10일이다.

개관 넉 달, 부실한 홈피에
제대로 된 팸플릿도 없고
안내 지도 곳곳에 '준비 중'
도서관 등은 아예 출입 불가

임원 선출 싸고 법정소송도
준비 부족·운영 미숙 너무해


전시관 내부 역시 개관일 당시로 시계가 멈춘 듯했다. 역사관 안내 지도 곳곳에 '준비 중'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각종 전시·행사를 주최하는 6층 기획전시실, 강제동원 관련 사료를 개방하는 5·6층의 도서관, 7층 카페테리아 등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시설이 많았다.

박물관이나 역사관 출입구에 쌓여 있기 마련인 안내 팸플릿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접속해 봐도 가장 중요한 층별 안내나 전시 로드맵, 주요 일정, 단체관람 신청 방법 등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약도와 관람시간 정도만이 있었다.

역사관 측은 개관 준비단으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이 지체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운영주체가 올해 1월 1일부로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서 행정자치부 산하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뒤늦게 바뀌면서 제대로 개관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임원 선출 과정을 둘러싸고 행정자치부와 유족단체 간의 다툼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실질적인 운영에는 일손이 부족했던 것이다.

역사관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여러 전시 시설을 정상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획전시실의 경우 무빙월(전시물 배치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벽) 등을 설치하기 위해 이번 달 설계를 발주, 올해 말께 정상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도서관은 사료 이전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운영에 들어간다.

역사관 관계자는 "홈페이지와 팸플릿 등도 빠른 시일 내 시민들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개관 초기인 만큼 운영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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