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원전을 가다] 열사의 땅, '원전 한류' 희망이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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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원자로 냉각수 시스템 점검, 상온수압·고온기능 시험 등 주설비 건전성 시험에 들어간 바라카원전 1호기. 올해 안에 핵연료 장전을 거쳐 2017년에 준공된다. 한국전력 제공

1970년대 중동 산업 역군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곳에 한국전력공사의 원전이 다시 열기를 지피고 있다. 지난달 23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남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원전(BNPP) 건설 현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공 크레인(1천600t급)의 굉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낮 기온이 40도가 훌쩍 넘어가는 열사의 땅에서 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노동자 등 2만여 명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라카에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 4기(5천600㎿)가 들어선다. 우리말로 '축복'을 뜻하는 바라카에 한전이 빚는 원전은 희망을 품은 오아시스이다. 한전은 2009년 12월 중동 지역 최초의 원전 건설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프랑스, 일본 등 원전 선진국과 경합했다. 한전은 원전 시공 능력, 안전·운영 기술력 등을 앞세워 사업을 따냈다. 이는 한국 원전산업 역사상 최초의 수출이다.

한전 '한국형 원전' 첫 수출
2010년 시작 공정률 64%

악천후 속에도 공사 진행
우수한 시공·기술력 인정

바라카 원전의 부지 면적은 1천256만㎡(약 380만 평)로 서울 여의도의 13배이다.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규모 역사인 셈이다. 2010년 1월 첫 삽을 떴고, 현재 전체 원전 공정률은 64%(1호기 85%, 2호기 75%)이다.

이날 한전과 UAE원자력공사(ENEC)는 원전 현장을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한전의 시공 능력과 공정에 대한 자신감이 원전의 베일을 벗게 했다. 현장 접근은 쉽지 않았다. 전날(지난달 22일) 벨기에 폭탄 테러로 경비는 평소보다 더 삼엄했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끝내고 버스로 10여 분을 더 가 현장에 이르렀다. 돔을 얹은 이슬람사원 모양의 1호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왼쪽으로 2, 3, 4호기가 키가 다른 형제처럼 도열했다. 핵심 설비 건전성 시험에 들어간 1호기는 올해 핵연료 장전을 거쳐 2017년 준공된다. 지난해 6월 원자로를 설치한 2호기는 돔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3·4호기는 콘크리트 타설을 끝냈다.

한전 최성환 UAE원자력본부장은 "이곳의 안전 기준이 국제기준보다 더 엄격해 현재까지 큰 안전사고 없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막에 기적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까? 혹서기(6~9월)에는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옥외 공사가 불가했다. 모래폭풍이 닥치면 일손을 놓기 일쑤였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제3국 노동자들을 다독거리는 일도 난관이었다.

한전은 악조건에도 고군분투하며 공사를 착실히 진행했다. 입찰 때 외친 시공능력을 입증했다. 그 덕분에 바라카 원전은 세계 원자력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한전 이희용 원전수출본부장은 "핀란드, 프랑스 등 원전 강국이 해외에서 건설하는 원전 준공이 지연되고, 예산도 초과돼 건설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전의 우수한 공정률과 기술력이 한층 더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 1~4호기가 준공되면 UAE 발전 용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1호기 준공과 상업운전(2017년 5월)으로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를 높이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원전 강국으로 부상하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출의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건설 분야 14만 개 등 약 2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수출 효과는 약 21조 원으로 소나타 90만 대, 초대형 비행기 55대 수출과 맞먹는다. 후속 효과도 돋보인다. 발전소 운영인력 인건비와 설비교체비 약 22조 원, 정비수선·핵연료 공급비 50조여 원 등 60년간 약 72조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바라카(UAE)=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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