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진화… 이젠 '밴드'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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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부경찰서 'PAL 밴드' 초기화면.

"○○모텔이죠, 혹시 30대에 키 170㎝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방을 잡았습니까?"

지금까지 사건용의자, 가출청소년, 자살의심자를 찾기 위해 경찰은 업소마다 전화하거나 직접 사진을 들고 업소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유선상으로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산 북부署 숙박 업소 대상
지역 첫 'PAL 밴드' 개설
용의자 등 신속 확인 가능
사건·사고 예방 등 큰 기대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부산 북부경찰서는 부산 최초로 'PAL(Police Association Lodge) 밴드'를 만들어 지난달 21일부터 북구 지역 100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가입을 권유 중이다. 현재 58개 업소가 밴드에 가입한 상태다. 가입하지 않은 52개소는 고령층이 운영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SNS 대신 문자 서비스로 이를 대체한다.

PAL밴드는 경찰(police)과 숙박업소(lodge)의 결합이라는 뜻과 함께 친구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SNS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범죄예방을 꾀하는 부산 지역 첫 번째 시도이자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실험이다.

PAL밴드는 동시에 사진, 글 등을 여러 명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존 SNS의 장점을 경찰 수사에 응용한 것이다. PAL밴드에 가입한 업소들은 지역과 업소명으로 프로필을 등록한다. 함께 가입한 127명의 경찰도 부서와 이름으로 등록한다.

밴드화가 완료되면 경찰은 사건용의자가 북구 지역을 배회할 경우 SNS에 사진을 올리고 숙박업소는 이를 확인한 후 경찰에게 빠르게 회신할 수 있다. 반대로 숙박업소가 범죄 대상이 되었을 때도 SNS를 통해 빠르게 신고할 수 있다. 또 자살의심자, 실종자, 가출청소년이 발생했을 때도 가족 동의가 있다면 사진을 공개해 빠른 시간 내에 신원을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찰은 이를 통해 숙박업소를 개별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비효율적 수사 방식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수사와 치안의 새로운 '진화'로 평가받을 만하다.

북부경찰서 김삼식 형사과장은 "자살의심자는 1분 1초에 따라 생사가 갈리고, 강력범의 경우 검거가 지체될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되는데 SNS를 이용한 방식은 빠른 정보공유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부경찰서는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운영한 뒤 PC방을 대상으로도 PAL 밴드를 만들 예정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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