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밀양 가면 '반쪽짜리 공항'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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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항기 신어산 회항사태(본보 1일 자 1면, 4일 자 1·6면 등 보도)가 발생한 김해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산악 장애물로 인해 '특수공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2002년 6월 항공기 안전운항을 규정한 항공법 제74조 2항의 운항기술기준에 따라 '특수공항'으로 지정됐다. 특수공항은 '공항 주변의 산악 지형, 장애물로 이륙·착륙 시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는 공항'에 지정된다. 국내에는 김해, 포항, 원주공항이 특수공항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김해공항은 2002년 4월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직후 특수공항으로 지정됐다. 실질적으로 활발히 운항되고 있는 공항은 세 특수공항 중에 김해공항이 유일하다. 해외에는 스위스 취리히, 사이판,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산악지대 공항 17곳이 특수공항으로 지정돼 있다.

김해공항 잦은 회항·결항
'특수공항' 지정 엄격관리 탓
산악장애물로 제 기능 못해

밀양은 '김해' 전철 밟는 격


특수공항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만 취항 자격이 부여된다. 취항하는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의 별도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 기준에 따르면 김해공항 이·착륙을 위해서는 김해공항에서 이·착륙 경험이 있는 조종사, 검열조종사, 관숙조종사가 조종실에 탑승해야 한다. 또한 국토부장관, 지방항공청장 인가를 받은 특별 시각교재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 항공정보간행물에 수록돼 전 세계의 김해공항 이·착륙 항공사 조종사들에게 교육된다.

일부 해외 특수공항은 아예 각 항공사의 별도 교육을 받은 조종사들만 취항이 가능하다. 산악지대에 위치한 스위스 루가노 공항은 공항 이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증을 받고 훈련을 거쳐야 한다.

특수공항의 한계는 착륙 위험성과 회항, 결항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한 해 민간 항공기와 군용기의 김해공항 총 이착륙 10만 회 중 신어산 쪽에서 착륙하는 횟수는 6천300회(6.3%)에 불과했다. 양방향에서 자유롭게 이·착륙이 가능한 다른 국제공항과는 달리 산악장애물로 인해 반쪽짜리 공항이 된 셈이다. 국토부가 발행한 4차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결항, 회항률도 타 공항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산악지대인 밀양에 신공항이 조성된다면 산악 장애물로 인해 특수공항으로 지정된 김해공항의 한계를 답습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김해공항이 중국 민항기 사고 이후 특수공항으로 지정됐듯이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밀양에 신공항이 조성되고 나면 산악 장애물로 인한 위험 등으로 인해 특수공항 지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이 별도의 운항조건을 충족해야만 운항이 가능한 특수공항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선임연구원은 "특수공항의 다른 이름은 위험공항"이라며 "주변에 산봉우리가 27개나 위치한 밀양에 신공항이 조성된다면 특수공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김준용·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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