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삶 우리는 매일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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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근 '바닷가'. 조이갤러리 제공

낚싯대와 이불, 작은 가방을 실은 꼬마 자동차는 쉼 없이 길을 달린다. 언덕을 넘고 바다를 지나 꽃길을 달린다. 여행이라는 테마로 줄곧 작업을 이어오는 전영근 작가의 작품들이다. 해운대 달맞이언덕 조이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전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여행길을 보여준다. 그림마다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꼭 등장한다.

전 작가는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실 인생의 여정을 나타내고 싶었다. 여행은 즐거움과 행복, 어려움과 고난을 모두 겪는다.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우리는 어쩌면 매일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근 '길 위의 연가' 전
이해인 수녀 글도 함께해


전 작가는 어디로 가느냐는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단다. 그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단다. 최소한의 여행 도구와 낚싯대, 물방울 무늬 우산을 실은 자동차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유쾌하다. 

전영근 '여행-바라보다'. 조이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이해인 수녀의 글이 함께해 더욱 특별하다. 이해인 수녀는 전 작가의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짧은 시로 표현했다. 절벽길을 달리는 차 그림 옆에는 '가도 가도 숨이 찬 세월/고독을 즐기지 않으면/사랑의 깊이에 도달할 수 없음을 길을 가며 배웁니다'라고 쓰여 있다. 시원한 바닷가 길을 달리는 그림 아래에는 '바다를 안고 달리니/나도 바다가 되었습니다/사랑도 탁 트인 수평선으로/나를 넓혀주어 행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해인 수녀는 '길 위의 연가'라는 전시 제목도 붙였다.

이번 전시에선 200호 크기의 대작 작품도 만날 수 있고, 개나리, 복사꽃, 벚꽃, 코스모스 등 꽃길 그림도 눈에 많이 띈다.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던져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길을 떠나는 전 작가의 그림을 보니 인생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전영근 '길 위의 연가'전=9일까지 조이갤러리. 051-746-5030. 김효정 기자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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