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으로 청춘의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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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할 말이 없다. '3포 세대'에서 포기해야 할 것이 점점 늘어 5포, 9포까지 가더니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에 이르렀다.

현실이 힘들어도 노력만 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기성세대의 청년기 시절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 '응답하라 1988' 같은 향수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는 것도 현실이 얼마나 고약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로 편입돼 버렸다. 안정성을 유동성이 대체하고, 금권과 물신의 지위는 드높이 격상되었다. 다양한 진로, 여유롭던 또래·이웃 문화는 1990년대 후반 전면적 획일화·파편화 풍조 속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 최소한의 반성과 성찰 없이 오히려 나랏빚과 가계빚을 무한정 늘리며 후세의 곳간을 거덜 내고 있는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위해 무슨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대학생~청년 실업자 25인
노동·인권 주제로 토론
고민·해법 정리한 결과물

일본 사회학자가 쓴 르포
현실의 벽에 고통받는 청춘
피스보트서 공존의 길 모색


청년의 눈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설사 명망가와 대학자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위한 주체적 사유와 행동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지은이가 평범한 대학생에서부터 시민단체 활동가, 실업자 등 청년 25명이다. 이들이 노동 인권 대학 평화를 주제로 다루는 분과를 만들어 지난해 2월부터 매달 2차례씩 만나 토론을 벌였다. 책은 1년 동안 이 청년들이 털어놓은 고민과 나름의 해법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노동 분야에서 이들이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을 예로 들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청년 대부분이 마주하는 첫 일자리가 최저임금 수준이고, 올해 1천800만 임금 노동자의 약 18.2%가 최저임금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 기반해 청년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뿐이라면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제안한다. 대기업 취업의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개인의 스펙을 높이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보다, 집단의 힘으로 최저임금과 사회보장을 높여 안정적 노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소외와 쇠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사방 장벽을 치고 홀로 살 길을 찾는 데 몰두하는 기성세대에 비하면 훨씬 멋진 발상 아닌가. 각자도생이 아니라 구조를 변화시켜 함께 누리자는 품 넓은 의식이 진취적이다.

희망난민
지은이들은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저임금이 시급 약 7.1달러라는 통계와, 34세 이하 단신가구 최저 생계비가 187만 원(시급 환산 9천 원)이라는 통계청 발표를 인용하며,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결코 과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논란이 된 대학 내 일부 학생회와 동아리의 비상식적 군기잡기 행태가 어떤 배경 아래 이뤄진 것인지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학교 4학년'으로 들어온 새내기들이 지성인으로서의 의식과 소양을 갖추는 것보다 취업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을 향한 무한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 그려져 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도발적인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6년 전 쓴 '희망난민'은 훨씬 격하다. 현실의 벽이 너무 단단하기에 희망과 현실 사이의 격차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 즉 희망난민들을 위해 사회가 단념을 용인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도쿄대 석사논문을 바탕으로 단행본으로 처음 펴낸 데뷔 서적이다. 책은 피스보트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며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이 여행에 오른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관찰한 르포다. 여기에 일본의 사회구조와 청년층의 현실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더해져 있다.

피스보트에 오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한 것처럼, 공동성은 있으나 목적성은 없는 공동체가 희망을 접는 젊은이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지은이는 제안한다.

두 책의 주장에 차이는 있으나 방법론은 '함께해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청년이여, 외로워 말고 연대하자!'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바꿈청년네트워크 지음/궁리/304쪽/1만 5천 원.

희망난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혼다 유키 해설/이언숙 옮김/민음사/296쪽/1만 7천 원.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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