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대우조선, 1분기 동시 "수주 제로" 답답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선업계가 일감 부족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동요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빅3'에 들어가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역대 1분기에 양사가 동시에 수주를 못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들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 지역은 구조조정 가능성에 초비상 상태다.

연말 되면 잔여 일감 '바닥'
현대重도 고작 2척 받아
日·中과의 경쟁에도 밀려
구조조정 우려 위기감 고조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에도 수주 실적이 전무했다.

이들 양사 직원이 3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째 수주가 없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동안 수주해 놓은 일감이 1~2년어치 정도는 있지만, 올해 말이 되면 일감 여유분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빅3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좋지 않다. 3월에 중동 선주로부터 정유운반선(PC선) 2척을 수주했으나 이 정도 실적으로는 '0'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연말에 일감이 바닥나기 시작한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대규모 구조조정 태풍이 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는 빅3의 연초 수주 목표인 400억 달러와도 엄청나게 차이 나는 것이다.

빅3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각각 100억 달러 이상씩을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1분기가 지나간 현재 빅3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겨우 1%를 넘긴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들 조선업체 노사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 활동을 벌였고, 대우조선 노조도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 동결 등으로 회사에 협조하는 등 비상상황 앞에서 노사가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데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보강한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이 수주 경쟁에 무섭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빅3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벌크선, 컨테이너선에 이어 가스선까지 발주가 줄어들고 있다"며 "수주 절벽이 보다 구체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배포한 담화문에서 회사 수주 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임을 언급하면서 "물량 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주환 기자 jhwa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