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격전지 여론조사'로 본 민심] 지역 정서 외면한 공천에 '옐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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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여론조사결과 공천에 잡음이 있었던 지역의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부산일보DB

부산·울산·경남(PK)지역 민심이 여야의 '잘못된 공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수도권과 호남권 공략을 명분으로 PK 지원유세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유 없이 공천 지연하고
새 인물 발굴에도 소극적
유권자, 공천과정 꿰뚫어

여야 지도부, PK 지원 외면
부울경 '민심 후폭풍' 예상


부산일보는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된 지난 18일부터 PK 주요 격전지 13곳을 선정해 여론조사(본보 3월 21~29일 보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고)를 실시했다. 각 선거구별 700~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PK 유권자들이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주요 3당의 공천과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났다. 전문가들 조차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우섭게 알지만 민심은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실제로 지역 정서를 외면하거나 인물 발굴에 소홀한 지역에는 '경고성'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격전지는 부산 중영도, 부산진갑, 사상, 사하갑, 남을, 북강서갑·을과 울산 울주, 경남 창원성산, 김해갑·을, 양산갑·을 등이다. 

이들중 새누리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선거구는 5곳이다. 부산 사상과 울주는 민심을 외면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경남 김해갑·을은 인물 발굴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북강서갑은 현역(박민식)이 별다른 이유없이 공천을 늦게 받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샀다. 이들 5곳은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뒤지고 있다. 특히 부산 사상(손수조)과 북강서갑(박민식), 경남 김해을(이만기)은 야당 및 무소속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더민주 후보들은 대부분 19대 총선에 출마해 여당에게 패한 사람들이다. 부산 남을(박재호), 사하갑(최인호), 북강서을(정진우)과 경남 양산갑(송인배) 후보가 그들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서형수(양산을) 후보도 양산 출신이긴 해도 지역을 떠난지 오래된 사람이다. 그러나 '최상의 공천'으로 평가받는 김해갑(민홍철)과 을(김경수)은 후보 개인 지지도는 물론 정당지지도도 30%가 넘어 각 캠프는 본선 승리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공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외부 인사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당은 당대표(안철수)가 부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안팎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를 걸고 있는 정당지지도도 형편없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심각한 사정에도 여야 지도부의 'PK 홀대'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총선 지원 유세를 서울과 수도권 등 경합 지역에 집중키로 했다. 김 대표 측은 "PK 후보자들은 개인 역량을 발휘해 스스로 살아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도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을 찾을 만큼 PK에는 무관심하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를 수도권 유세에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 대표들이 PK 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보고 나서야 후회해 본들 그땐 이미 늦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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