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부터 폐목재까지… 금정산은 쓰레기 천지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구불구불한 산성로를 따라 올라가는 산허리와 골짜기마다 쓰레기가 가득했다. 산성로 모퉁이 주차 공간엔 누군가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한 물티슈가 낙엽 더미에 엉겨 붙어 뒹굴고 있었다. 산비탈 아래로 풀숲에 파묻힌 회색 브라운관 모니터 한 대가 눈에 띄었다. 한 아름에 다 안지도 못할 만큼의 쓰레기 봉지 수십 개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금정산 동문 등산로 입구에선 자전거 동호회원으로 보이는 40~50대 남성 대여섯 명이 담배를 뻐끔거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곳은 포장도로이지만 엄연히 금정산 내이므로 모두 '금연구역'이다.
등산로 입구와 산중턱 쉼터
담배꽁초·페트병 등 수두룩
매주 500L 수거해도 역부족
'쓰레기 되가져가기' 손놔
신록의 계절을 앞둔 부산의 진산(鎭山) 금정산이 쓰레기와 분뇨로 뒤덮이고 있다. 저조한 시민 의식, 주민들과의 갈등을 피해 가려는 부산시와 담당 구청의 허술한 환경의식이 서로 맞물리면서 쓰레기들이 산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금정산 순찰대가 매주 두 차례에 걸쳐 각 200~300L가량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은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다 치우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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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 |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 외에도 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려고 못 쓰는 세간살이를 차에 싣고 와 몰래 버리는 '얌체족'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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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재와 종이상자. |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금정산의 탐방객 수는 지난 2007년 450만 명을 기록했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대도시에 인접한 산 중에서 서울의 북한산(1천만 명) 다음으로 많은 등산객이 모이는 산이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