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동시] 벚꽃 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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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달째

일이 없어

마당가에 세워 놓은

아빠의 낡은 짐차



오늘은

차 지붕에

짐칸에

꽃잎이 소복소복 쌓인다.



머리에 꽃잎 쓰고

흐뭇하게 웃는 짐차



흠흠, 꽃향기 맡으며

아빠가

오랜만에

방에서 나오셨다.



이제 곧

봄을 배달하러 나가시겠다.



전병호 동시집 '봄으로 가는 버스'·

푸른책들·2009


평균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았던 덕분에 올해는 벚꽃이 일찍 활짝 폈다. 제주를 시작으로 남에서 시작한 분홍은 북으로 올라가며 춥고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시에서도 몇 달째 일이 없어 마당 한편에 세워 놓았던 낡은 짐차를 타고 아빠가 다시 일하게 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흠흠, 꽃향기 맡으며/오랜만에 방에서 나온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아빠의 한숨에, 아빠의 절망에 집안 가득 스며 있던 어둡고 칙칙한 기운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 힘이 솟을 것이다. 아빠가 배달하러 나가는 '봄'은 시인과 독자가 함께 꿈꾸는 소망의 세계이다.

가장인 아빠의 마음이 밝아지면 가정이 밝아지고 우리가 사는 사회도 더 밝아질 것이다. 어둠 뒤의 빛이 더 밝고, 겨울이 혹독할수록 봄은 더 아름답다. 희망의 계절, 봄은 왔다. 추운 겨울을 견딘 그대들이여, 봄을 배달하러 나가자.

박선미/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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