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잡수입 임의사용 부녀회장 법정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아파트 부녀회장이 '관행'을 이유로 각종 수입과 지출을 임의로 집행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부산의 한 유명 대단지 아파트 부녀회장이 각종 아파트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인 7천여만 원을 부녀회 통장에 넣고 마음대로 썼다가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1천500여 세대로 구성된 부산 모 아파트의 주민 41명은 지난해 6월 동래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전 부녀회장 A(66) 씨 등이 재활용품 매매 등 아파트 사업을 하면서 부녀회장 개인 이름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그 수익금 대부분을 임의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 등 의심이 있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부녀회 명의 사업 내역과 수익금, 사용처에 대해 수사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엄벌에 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재활용품·바자 수익금 등
7천여만 원 횡령 혐의
주민 고소로 부녀회장 기소
'회계 관행' 법원 판단 주목

수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횡령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A 씨가 2010년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아파트 주민을 위해 보관 중이던 아파트 잡수입금 7천300여만 원을 68차례에 걸쳐서 임의로 써서 횡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신과 다른 부녀회 간부 간에 진행된 고소 사건과 역시 자신이 연루된 아파트 동대표 보궐선거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변호사비용과 벌금 등으로 부녀회비 88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포함됐다.

문제가 된 아파트 잡수입금이란 재활용품 처리 비용, 세차 권리금, 게시판 광고 수입, 장터 개설비, 바자회 수익금 따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장터 개설비 등을 부녀회가 운영하고 수익금을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쓰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2010년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이들 수익은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주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A 씨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부녀회장으로 '장기 집권'하면서 각종 사업 수익금의 지출 용도를 임의로 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경찰에 제출한 2012년 이전 부녀회 통장 입출금 내역과 관련 계약서를 종합하면 A 씨는 한 헌옷 수거업체와 개인 명의로 계약을 맺고 연간 1천만 원씩을 챙겼다. 모 젓갈 업체는 한 번 장터를 개설할 때마다 30만 원, 세차를 도맡는 업체는 권리금 명목으로 월 30만 원을 부녀회에 냈다.

이 수익금은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의결도 없이 동사무소나 구청 명절 격려금, 경비원 보조금, 불우이웃 돕기 성금, 노인대학 지원 등 명목으로 임의로 집행됐다. 주민들은 어떻게 집행되는지 내역조차 알 방법이 없었다.

고소장을 낸 주민 대표 이모 씨는 "주민 진정으로 구청이 시정을 권고하고, 입주자대표회의도 부녀회 통장에 있는 돈을 아파트 경비로 돌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 주민들을 모아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아파트 회계 비리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이달 초 발표한 전국 300세대 이상 아파트 회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대상 아파트의 10.7%가 회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와 지자체도 민원이 많은 아파트 429곳 중 312곳에서 부정 사례 1천255건을 적발했고, 경찰청도 지난해 11월부터 특별단속을 벌여 15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혜규 ·민소영 기자 iwil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