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조현민 센터장 "외상센터는 낭비 아닌 생명을 위한 투자"
"외상환자의 경우 초기 대응이 중요해요. 예전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1시간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15분 내로 치료나 수술까지 가능해야 한다고 인식되고 있어요.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의 본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증의 외상환자를 보는 저의 사명입니다."
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조현민 센터장은 지난 1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야말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촉박한 시간과의 싸움, 외상센터에 대한 인식 개선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상전문의·간호사 상시 대기
응급실과 분리, 빠른 치료 가능
"연 700명 환자 치료가 목표"
지난해 3월 중책을 맡은 조 센터장은 원래 흉부외과 전문의였지만 2010년 외상외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많은 환자가 외상을 입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때로는 병원 간, 때로는 병원 내 분야별 의사 간 협진 부족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1시간 내에 수술 등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보고 외상을 전문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8개 외상센터 중 유일하게 독립적인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술실과 중환자실, 입원실 등도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는 등 시설 면에서 손색이 없다. 특히 외상 전문의만 20명이 포진돼 있으며, 간호사 등 250여 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권역외상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응급실에서 일반 중증환자와 외상환자를 같이 봐야 했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와 수술이 제대로 안 됐다. 권역외상센터가 생기고 나서는 이런 일들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이곳에서는 올해 700여 명의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인식은 아직 후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조 센터장은 "시간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하면 전 의료진이 투입돼 생명을 구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대기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설과 인원이 아깝다, 놀고 있다는 말들을 듣는다"며 "이러한 편견이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센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땐 자괴감마저 든다"고 고백했다.
그는 "결과나 통계만을 강조하다 보면 이런 센터가 비효율적이지만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건강한 원래의 모습으로 살려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80년 이상 된 미국의 외상센터에 비해 우리나라의 외상센터 역사는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앞으로 최소 5년 내지 10년은 더 투자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특히 "외상센터는 마치 보험과도 같아 평소엔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며 "올해는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류순식 선임기자 ssry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