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 4·13]최악의 선거 무관심? '그들만의 리그' 안 돼 !
부산 현역 전원 재출마 '심판 없는 도시' 인식
"구청장 후보는 누가 나왔죠?"
지난 22일 오후 부산 센텀시티에서 만난 IT업체 직원 정명훈(29·가명) 씨의 한마디는 '20대 총선'이 역대 최악의 선거 무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는 우려를 그대로 보여 줬다.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지, 지방자치 단체장을 뽑는 선거인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선거구 획정 늦어진 데다
각당 공천 싸움에 매몰
홍보는 물론 감시도 실종
부산 현역 전원 재출마에
'심판 없는 도시' 인식도 한몫
동남아 항공권 예매 치솟아
선관위는 시간에 쫓기고
검·경 감시도 별 성과 없어
20대 총선은 지역 유권자들이 흥미를 갖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선거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구 획정이 뒤늦게 이뤄진 데다 막판 공천 다툼까지 이어지면서 선거 홍보는 물론 선거 감시도 실종 상태다.
특히 부산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100% 공천을 받고, 야권에서도 유력 인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본선 기대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선거 무관심, 이대론 안 된다
'부산은 선거로 심판할 수 없는 도시'라는 인식이 유권자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는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식당들은 이제 뉴스 채널이나 정치 소식 중심의 종편 채널을 틀지 않는다. 부산 북구의 삼겹살집 주인 김상호(52) 씨는 "뉴스나 정치 토론 방송을 틀었더니 손님들이 프로야구 시범경기나 보자고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부산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재출마하는 쪽으로 상황이 정리된 탓도 크다. 주부 신미자(52·부산 부산진구) 씨는 "여론조사 전화에 응하지 않는다. 이름 가리고 번호만 표시해도 되는 선거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마다 경선전이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이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었다. 부산 수영구 주민 강 모(35) 씨는 "시의원이라며 지지 호소 문자가 왔던데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과 시의원 다 뽑는 선거냐"고 되물었다.
선거 무관심은 항공기 예매율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선거일인 13일이 포함된 1주일 동안은 그 앞뒤 주보다 동남아 노선 예매율이 20~30% 높았다. 선거일을 끼고 해외여행을 떠나겠다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마디로 '정치 실종' '선거 실종'의 상황"이라며 "특히 부산은 역대 가장 흥미진진하지 않은 선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책무이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도 유권자이기 때문에 투표로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홍보도, 감시도 실종
선관위도 비상이 걸렸다.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오게 해야 하지만 선관위로서도 한계가 있고,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일부 선관위는 선거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때문에 선거 홍보 등은 제대로 챙기기 힘든 실정이다. 기장군 선관위는 오는 31일 총선 후보 TV토론을 잡았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열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아직 참여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적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던 한 후보가 최근 무소속으로 다시 등록했는데 무소속 변경 후 여론조사 결과가 없어 토론 참여 여부를 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선관위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도 규칙이 있어야 진행하는데 여태 국회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도 아직 여러가지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찰과 검찰의 선거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 경찰은 이번 총선과 관련한 고소·고발 등 21건, 30명에 대해 내사 혹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불구속으로 검찰에 사건 1건을 넘겼을 뿐 별다른 성과는 없다. 부산 검찰 역시 이번 선거 관련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부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