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알바'에 넘어가 마약 운반한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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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여대생이 캄보디아에서 건네받아 국내에 밀반입한 히로뽕 496g. 부산지검 제공

'기간은 일주일, 돈은 200만 원, 간단한 운반, 여권 필수.'

지난해 11월, 여느 때처럼 SNS를 훑어내려가던 여대생 A(18) 양의 시선이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 글 하나에 멈췄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한 A 양은 중학교 동창 B(18) 양과 함께 일단 계정 주인을 만나보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또래 남성. '간단한 일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말에 마음을 놓은 둘은 '착수금' 명목으로 50만 원을 받고서 인천공항에서 자신들 이름으로 예약돼 있던 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 마약 큰손' 조직
"간단한 운반, 200만 원"
SNS 통해 미성년자 유혹

부산지검, 총책 등 구속


'꿀알바'의 정체는 마약 운반책이었다. 둘은 국내 모집책의 실시간 SNS 지시에 따라 택시를 타고 캄보디아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현지 판매책을 만났다. 불과 이틀여의 짧은 여정 끝에 베트남에서 출발한 귀국행 비행기에는 A 양 혼자 탔다. 거래 성사가 확인되면 B 양에게 2차로 히로뽕을 들려 보낼 속셈이었다. A 양은 히로뽕 496g을 몸에 지닌 채 김해공항 검색대를 통과했고 국내 모집책에게 전달까지 했다. 1만 6천533명 동시 투약 분량, 소매가로 16억 5천만 원어치였다.

최종 거래 성사가 늦어지자 며칠 뒤 B 양도 빈손으로 뒤따라 귀국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위험한 알바는 A 양이 일주일쯤 뒤 검찰에 체포되면서 막을 내렸다. 약속한 나머지 돈은 미처 받지 못했을 때였다.

A 양 체포는 '중국의 마약 큰손'으로 알려진 신 모(54) 씨 검거 작전의 일환이었다. 검찰은 A 양 체포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같은 밀수조직의 국내 모집책 두 명을 구속 기소하고, 총책 신 씨를 국제 수배했다. 신 씨는 '중국의 마약 큰손'으로 유명한 인물로, 2014년 3.7㎏, 지난해 1㎏ 히로뽕 밀수 혐의로 이미 국제 수배 중이었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신 씨를 국내 송환해 구속했다. 앞서 1월 같은 조직의 현지 모집책 김 모(51) 씨도 송환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중국-한국 밀수 경로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자 지난해 1㎏ 밀수 당시에 중국-캄보디아-한국 루트를 썼고, 이번에는 캄보디아-베트남-한국 루트를 시도했다. SNS를 통한 운반책 모집도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안한 신종 수법이었다.

검찰은 A 양을 구속했으나, 미성년자 초범에다 죄라는 의식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한 것을 참작해 구속을 취소했다. A 양과 B 양 모두 교육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기소도 유예 받았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추적을 피해 밀수범행을 계속하던 해외 도피 먀약사범을 끝까지 추적,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며 "SNS를 이용해 미성년자 여성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마약을 밀수입한 범행을 적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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