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D-20] 더민주 김종인, 당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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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지만… 정체성 논쟁 본격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충돌, 사퇴 파동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대표 공백 사태를 맞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김 대표와 당내 주류 세력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당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며 정체성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서다.

"당, 구습에서 못 벗어나"
주류 친노계와 마찰 예고

비례대표 '부산 홀대' 심해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민 끝에 이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선 "당을 떠난다면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아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더민주 비대위원들은 22일 밤늦게 김 대표를 찾아가 '읍소'하는 등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14번으로 조정했던 절충안은 파기됐고 김 대표의 뜻대로 2번에 배치했다. 비대위원들은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집단 사퇴 의사도 밝혔다.

비대위원과의 힘겨루기에서 완승을 거둔 김 대표는 이날 당의 정체성 문제를 지적하며 중앙위원회를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중앙위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며 "더민주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중앙위에 있으며 중앙위가 추구하는 정체성이 '구습'이라는 진단을 내린 셈이다. 중앙위는 당내에서 전당대회 다음의 의결기관으로 지역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대표성을 가진 구성원의 집합체다. 김 대표가 이들을 전체적으로 비판하면서 "나가야할 방향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결심했다"고 밝혀 앞으로 정체성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총선 이후에도 김 대표가 장악력을 갖고 정체성 투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로 문재인 전 대표의 영향력이 확인되는 등 당의 대주주가 '친노(친노무현)'계 임을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비례대표 공천 갈등이 봉합되면서 더민주는 이날 비례대표 순번을 확정, 발표했다. 비례 1번 후보는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유지됐고 2번은 김 대표, 3번은 당 홍보국장 출신 송옥주 후보를 선정했다. 중앙위 순위 투표에서 여성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이재정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비례 5번을 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전략지역 대표는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14번)이 차지했고,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 회장은 20번에 배치돼 사실상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더민주 부산시당은 '험지 홀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에서 영남과 보건의료계를 철저히 외면했는데, 정말 이번 선거는 우려스럽다"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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