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법 조항도 모른 부산시 8년 동안 재개발 '헛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행정 실패로 매몰비용만 100억 원에 이를 듯

전국 최초의 마리나시설 재개발로 초미의 관심을 끌다 결국 좌초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본보 22일 자 1·8면 보도)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수년간 진행된 사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년간 헛심만 쓴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사업 좌초 이유에 대해 '사업자와의 이견 때문"이라고만 밝히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의 행정 낭비와 100억 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주민 저항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시의 이 같은 행태는 행정 실패를 숨기기 위한 '면피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호텔
민투법 투자대상 포함 안 돼
두 달 전 사태 파악한 시청
부랴부랴 재협상하다 결렬
매몰비용 100억 원대 전망


본보 취재에 따르면 부산시가 사업 좌초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사업 초기 단계의 법 해석 미비 상태를 방치한 채 수년간 사업을 진행해 오다 최근 들어서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호텔 위치를 놓고 행정심판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인 아이파크마리나가 제출한 실시협약 변경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는 두 달여 전에야 호텔의 성격에 대해 협약 내용상 큰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의 근거가 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은 2008년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아이파크마리나 전신)이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접수할 당시 항만, 체육시설 등 49개 시설유형만 민간 투자를 허용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체육시설에 해당돼 재개발이 가능했지만 가장 큰 시설물인 호텔의 성격이 문제가 됐다. 민투법상 호텔은 투자 대상 시설 유형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개정된 민투법에는 호텔 같은 관광숙박시설은 아예 '부대시설'로 규정해 놓고 있다. 부대시설은 민간투자사업과 연계해 시행할 수 있을 뿐 민투법에 따라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의 '귀속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부산시는 아이파크마리나 측에 호텔이 민투법에 따른 마리나 체육시설의 귀속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BTO 대상이 될 수 없고 부대시설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파크마리나 측은 사업의 핵심시설인 호텔이 BTO 대상이 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임대료를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 해지 시 지급금 대상이 되지 않아 은행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양측은 수차례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법 해석을 하지 못한 채 수년간 진행된 사업을 조정하기엔 두 달이라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았다. 결국 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의 실시협약 변경안을 반려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부산시의 허술한 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 민간투자 전문가는 "전국 최초 마리나 재개발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법 해석을 놓고 시행착오가 생긴 것 같은데 대형 사업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분명한 행정 실패"라고 지적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인근 아파트 입주자회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호텔로 인해 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핵심시설인 호텔의 법상 성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어처구니없는 행정이 빚어졌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제대로 된 공영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