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 최대 쇼핑몰 '교통 평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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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건설 중인 서부산 최대 규모의 쇼핑몰(바우하우스 인 부산)이 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 내용과는 다른 방향으로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구청은 이를 알고도 최종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단교차로 인근 5만 8천96㎡ 부지에 패션그룹 형지가 지하 8층, 지상 17층 규모의 쇼핑몰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는 올 하반기 영화관과 패션몰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형지그룹서 짓는 17층 건물
2013년 조건부 승인 받아
진출입구 변경 등 보완 명시
2014년 구청 서류 제출 땐
출구 좌회전 허용 등 바꿔

교통영향평가를 포함한 건축심의위원회는 2013년 12월 17일 열렸다. 심의 결과 5가지 항목에 대한 보완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이 이뤄졌다. 교통 혼잡을 우려한 진출입구 변경, 지하주차장 구조 변경이 있으면 심의위원 확인을 받는 조건 등이 명시됐다.

하지만 2개월 뒤 제출된 서류에서는 차량 동선이 기존 심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경됐다. 2014년 2월 제출된 심의 의결 보완서에는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만 이뤄져야 했지만 차량 진출입 동선이 바뀌었다. 교통위원들이 교통 정체를 우려해 제안한 출입구 변경안이 반영되면서 시행사는 출입구 변경뿐만 아니라 차량 동선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시행사의 교통 동선 개선안에 따르면 북측 출구와 동쪽 입구의 차량 진입 동선이 변경됐다. 12월 회의 당시 심의위원들은 도로의 좁은 폭을 고려해 8m 도로를 11m 도로로 넓힐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출입구를 변경하고 출구에서 차량의 우회전을 전제로 한 요구였다. 하지만 시행사는 차량 출구에서 좌회전이 가능한 내용의 도면을 제출했고, 구청은 이를 허가했다. 진·출입 사항 변경을 확인해야 할 심의위원은 해당 도면을 보지 못했다.

당시 심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은 북측 출구의 좌회전에 대해 심의위원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통위원은 "시행사 멋대로 동선을 변경해 버리면 교통영향평가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측 출구에서 좌회전이 허용된다면 출구와 좌측으로 30m가량 떨어진 교차로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사고 위험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한 심의위원은 "차량 동선이 바뀌는 것은 재심의 대상으로, 건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심의위원회에 교통학회 대표로 참석한 한국해양대 김태권 교수는 "용역 업체인 설계회사도 좌회전안의 불합리성에 대해 인정했는데 왜 심의 결과를 마음대로 해석하는지 알 수 없다"며 "2014년 1월 진출입로 확인 서명 과정에서 차량 동선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가를 한 사하구청과 시행사는 건축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운영상의 문제로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면 추후 차량 동선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형지그룹 역시 "현행 교통법상 이면도로에서 좌회전은 문제가 없고 심의위원의 서명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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