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신세계·롯데 백화점)'에 위축된 한화갤러리아 무산
부산 해운대 우동 마린시티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백화점 건립 목적으로 매입했던 우동 부지에 대해 최근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개장 예정 명품관
센텀시티몰 개장·롯데 증축
양자대결 구도 고착화되자
땅 매입 3년 만에 매각 검토
앞서 한화갤러리아 측은 2013년 7월 약 5천억 원을 들여 우동 1406의 1 외 5필지(1만 8천468㎡·약 5천580평)를 매입했다.
2014년 말 건축허가를 받아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명품관에 초점을 맞춘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백화점을 열 계획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국내에서 '명품관' 명칭을 가장 먼저 내건 서울 강남구 압구정점이 상징하듯 명품 라인에서만큼은 롯데와 신세계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한화갤러리아가 불과 3년 만에 부산의 백화점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은 최근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 공룡'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백화점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신세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센텀시티점 바로 옆에 영업 면적 5만 7천900㎡의 센텀시티몰을 이달 3일 새로 개장했고, 이에 맞서 롯데도 서면 부산본점을 대규모로 증축하는 등 양측의 경쟁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이처럼 부산 백화점 시장이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면서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나머지 업체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근 연 매출액이 신세계 센텀시티점 오픈 전인 2008년에 비해 1천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부산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한화갤러리아로서는 백화점 사업에 대한 의지는 물론, 부산에서의 '철군'까지 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서울 여의도에 개설한 한화갤러리아63 면세점이 초기 단계라 신규 매장을 늘릴 여력이 없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부산 시장의 경쟁 심화로 백화점이 아닌 아울렛 등 업태 전환을 검토하는 와중에 컨설팅 회사에서 매각 제안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여러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논의 중이며,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