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위치 놓고 그렇게 시끄럽더니 이제 와서…"
'수영만 재개발' 좌초 배경은?
사업비만 1천600억 원이 넘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8년을 끌어오다 결국 좌초했다. 부산의 마리나산업을 이끌 시설의 재개발이 좌초한 것 자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좌초 이유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학교 앞 호텔 위치나 최근 도시계획 심의상 불거진 호텔 층수가 사업 좌초 이유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업 좌초 이유는 '시민의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시와 회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한 사업자 사이의 의견 차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사업자 측과의 협약에 따라 합의사항을 비밀 유지키로 했기 때문에 더이상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의 해명대로 사업에 대한 시와 사업자 사이 의견 차이가 사업 좌초의 이유라면 그동안 실시협약 변경안을 놓고 벌여 온 일련의 행위들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남는다.
"공공성과 회사 이익 충돌"
市 구체적 이유도 안 밝혀
'부속시설' vs '부대시설'
무상임대 여부 놓고 다툼?
市 공영개발 등 추진 검토
8년 사업 무산 책임 논란
시가 사업자인 아이파크마리나 측으로부터 실시협약 변경안을 제출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초. 당시 학교 앞 호텔 위치를 놓고 해운대교육지원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 심의에서 부결된 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까지 기각을 당하면서 호텔 위치를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변경안이 제출됐다.
이후 수도권에서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 등 변화가 발생하자 올해 초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 심의와 행정심판을 거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지난주에는 해운대구 도시계획 심의에서 호텔 층수 하향 등을 내용으로 조건부 승인이 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과는 상관없이 사업이 좌초됐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실시협약 변경안에서 호텔의 성격을 놓고 시와 사업자 간에 심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초 호텔은 마리나시설의 '부속시설'로서 사업자가 30년간 무상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변경안에서 부속시설이 아닌 '부대시설'로 성격이 규정되면서 사업자가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최소운영수입 보장 없는 사업의 특성상 수익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사업이 좌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그동안 호텔 위치를 놓고 학교정화위 심의, 행정심판, 건축심의 등 온갖 난리를 쳤는데 정작 엉뚱한 사유로 사업이 무산됐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좌초가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그동안의 행정낭비와 무산에 따른 책임소재를 가리고 시민을 농락한 대가는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트경기장 어떻게 되나
부산시는 일단 아이파크마리나 측과 실시계획 승인 신청 거부에 따른 법적 검토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아이파크마리나 측도 지금까지 매몰비용만 100억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게 남았다.
시는 아이파크마리나와의 법적 검토와는 별개로 조만간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시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추진 방식은 크게 3가지. 공공개발과 국가사업고시 방식의 BTO, 민간제안 방식의 BTO 등이다. 이 가운데 국가사업고시 방식의 BTO가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2천억 원 이하의 사업일 경우에는 부산발전연구원의 적격성 분석만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해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 송양호 해양수산국장은 "민원과 교통, 소음 등 현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온 제반 문제를 사업 초기부터 주민참여를 통해 줄여 나간다면 사업추진 방식 선정 이후 이르면 1년 정도 기간 만에 착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