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15년 숙원사업(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아직도 '간 보는' 롯데
/김한수 경제부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는 부산 시민이면 누구나 기다려 온 사업이다. '명색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아이들이 꼭 가고 싶은 놀이공원 하나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 역시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생각일 것이다. 2000년부터 동부산관광단지에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뉴스가 나왔으니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시민들의 눈앞에 제시된 테마파크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없다.
이 때문에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소식은 이를 기다리는 모든 부산 시민에게 궁금한 뉴스일 수밖에 없다. 우리 부산에 어떤 모습의 테마파크가 들어설지는 중요한 소식이다.
협약종료 열흘 남짓 앞두고
기존 계획 바꾸겠다고 제안
구체적 청사진 제시 서둘러
'부산 기업' 진정성 보여야
그런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에 지난주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테마파크의 실제 운영을 맡을 롯데월드 측이 기존 29개의 놀이시설을 12개로 축소하고 정원형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제안을 부산도시공사에 한 것이다. 이는 2014년 GS·롯데 컨소시엄이 사업협약 대상자로 선정된 뒤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만든 본래의 계획을 뒤흔드는 제안이었다.
부산일보는 이 사실을 지난주 이틀에 걸쳐 보도했다. 롯데는 반발했다. "아직 실무 협상 중이고 확정되지 않은 것을 보도하면 됩니까?" 아직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보도할 것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기존 사업안으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원래대로 할 것이었으면 사업협약 기간 연장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롯데는 테마파크 사업 불참 선언으로 악화된 부산 여론에 등 떠밀려 사업에 참여했을 뿐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GS·롯데 컨소시엄이 부산도시공사와 맺은 사업협약 기간은 이번 달 말까지다. 협약 종료까지 열흘가량을 앞두고 기존 계획을 바꾸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사업이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한 사업이 아닌 '관광도시 부산'의 앵커시설이 될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이어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산도시공사가 롯데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롯데 측의 갑작스러운 변경안 제시는 테마파크를 기다려 온 부산시민을 '간 보는' 듯한 판단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입을 다물라고 하는 롯데의 태도는 '부산 기업'을 운운하는 기업이 보일 태도가 아니다. 자사 특정 사업 홍보에 대해서는 온갖 열의를 보이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모습이다. 15년을 기다려 온 부산의 숙원 사업이 본래 취지대로 진행되도록 점검하는 건 부산시와 공공기관, 언론이 가질 본래의 역할이란 걸 롯데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사업협약 기간 종료까지 열흘 남았다. 부산도시공사는 '더 이상의 사업협약 기간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롯데는 부산 시민들이 2년 가까이 기다려 온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의 청사진을 이젠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부산 시민은 롯데가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안을 보여주길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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