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부활] 새까만 탄소 덩어리, 그 변신의 끝은…
입력 : 2016-03-15 19:08:36 수정 : 2016-03-17 14:10:52
불판에 넣어 고기를 굽는 용도로만 알았던 숯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숯의 과학적 효용성이 하나하나 증명되면서 그 특성을 활용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숯의 특성을 직접 활용한 습기제거제나 탈취제부터, 옷, 그릇, 항아리는 물론 숯 부산물인 목초액 등 숯과 관련된 제품 등이다. 숯이 보여주는 심미적 특성을 그대로 살려 공예품으로 만들기도 하니 검디검은 숯의 가치가 하얗게 빛난다.
비누·탈취제·침대…
생활 깊숙이 자리한 지 오래
천연염색 이불 등 침구도 나와
끝 모를 영역 확장
숯이 부활했다
친환경 물품 전문점 에코언니야(ecosister.or.kr/shop)는 대나무 숯을 활용한 천연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천연 숯비누는 석유계면활성제나 인공색소, 인공향 응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저온법(Cold Process)으로 제작한 숯비누는 사용하면 부드럽고 거품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숯비누는 주로 지성피부용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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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숙성 천연 숯비누. |
에코언니야 양영란 팀장은 "대나무 숯을 첨가해 만든 천연 숯비누는 보습과 여드름 진정, 모공 수축에 효과가 있다"며 "숯은 특히 피부에 있는 오래된 때를 깔끔하게 씻어주어 성장기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에코언니야에서는 냉장고 숯탈취제, 차량용 숯탈취제도 판매하고 있다. 이들 탈취제는 모두 대나무 숯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대나무 숯 제품을 만드는 보림산업(www.borimkorea.com)은 다른 숯보다 대나무 숯의 탈취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1천 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대나무 숯은 일반 숯의 3~10배에 달하는 미세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순물이나 각종 냄새를 흡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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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숯으로 만든 탈취제. |
이는 대나무 숯의 비표면적(입방체에서 다른 물질과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이 참숯보다 50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참나무를 재료로 하는 참숯은 미세한 공기 구멍이 내부에 있는데 대나무 숯은 크고작은 공기 구멍이 다양하게 있어 비표면적인 큰 것이다. 전문 조사기관이 분석한 결과 참숯은 비표면적이 25~200㎡/g인데 대나무 숯은 900~1,329㎡/g이다. 공기 구멍이 많고 다양할수록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착한다.
대나무 숯의 장점은 대나무는 2~3년 만에 자라기에 성장이 오래 걸리는 참나무를 사용하는 것보다 산림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다.
아이쿱생협(www.icoop.or.kr)에서는 숯을 원료로 한 몇 가지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숯 처리가 된 흑칫솔은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강 건강을 지켜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예 ㈔흙살림연구소에서 만든 참숯(백탄)도 있다.
숯은 기본적으로 탈취와 제독기능이 있다. 이는 숯에 있는 많은 구멍이 여러 종류의 가스나 유해물질을 흡수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수은, 염소, 납, 인산 등을 흡착한다고 한다. 아이쿱생협이 판매하는 백탄은 주로 공기 정화용으로 사용한다. 백탄은 고온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가마 속에서 인체에 해로운 유황 성분이 완전 연소하여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가스 중독 사고가 없고, 한 번 불이 붙으면 오래가는 특징이 있다.
백탄의 사용 방법은 이렇다. 처음 방안에 둘 때 흐르는 물에 숯가루를 살짝 씻어낸다. 먼지가 앉았을 경우 주기적으로 물로 씻어 햇볕에 말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먼지가 많은 곳은 3.3㎥당 1㎏의 숯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숯은 천연 가습기다. 숯에 물을 부으면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온도가 높으면 이를 증발한다. 숯을 가습기 용도로 오래 사용하면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때도 있다. 이는 숯 속에 들어 있던 칼슘과 미네랄이 녹은 것이다. 물로 씻으면 하얀 부분은 대부분 제거된다. 냉장고에는 다 쓴 페트병 등을 활용해 숯을 꽂아 두거나 부직포에 싸서 신발장에 넣어 두어도 악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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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으로 천연 염색한 이불. |
천연 염색 침구류를 만드는 경남 양산의 황토가(blog.naver.com/hanaduyo)는 숯으로 천연염색한 숯이불을 선보이고 있다. 이불이나 베갯잇 등을 1차로 만든 뒤 숯물에 담가 염색을 하는 '후렴' 방식으로 염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렴은 솜이불이나 베개 등의 완제품을 일단 만든 뒤 통째로 염색하기 때문에 누비 안솜까지 침구 전체가 염색되어 천연 빛깔이 오래 유지되고 숯 성분의 효과도 더 뛰어나다는 것.
황토가 김종수 대표는 "선염은 원단만 염색되는 반면 후렴은 통째로 염색하는 방식으로 공정이 까다롭다"며 "화학 염색보다 눈이 편하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뿐 아니라 숯의 효능 및 색상도 오래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숯은 강력한 흡착, 우수한 지속성, 공기정화, 습도조절, 음이온 방출, 전자파 차폐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응용하는 이들이 많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아씨엘(www.cgrac.co.kr)은 숯그릇과 숯침대를 생산한다. 탄소 함량 비율이 높은 원숯을 나무진액과 섞어 혼합 분말을 낸 뒤 압축 열처리를 통해 성형하는 방식으로 그릇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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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응용한 숯구이불판. |
신아씨엘 노동균 대표는 "숯밥솥의 경우 대나무 숯과 탄소숯을 고온고압 상태에서 금속에 압착한 뒤 코팅을 한 번 더 해 만들고 있다"며 "숯그릇은 조리된 음식이 쉽게 마르지 않고, 숯이 발산하는 원적외선 효과로 인해 구이 등 음식을 하면 본연의 맛이 산다"고 말했다. 생산하는 제품은 숯구이불판, 숯냄비, 숯후라이팬, 숯침대 등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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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가마에서 나온 목초액. |
숯가마인 지리산참숯굴은 숯을 구워낸 뒤 그 가마를 활용해 찜질하는 곳으로 많이 알려졌다. 7개의 숯가마에서 번갈아 숯을 구워내고 하루를 식힌 뒤 찜질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숯을 구울 때 나오는 목초액은 모아두었다가 목초비누를 만들거나, 목초액으로 판매한다. 목초액은 살균 성분이 뛰어나 유기농업을 하는 이들이 천연 농약으로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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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활용한 숯부작 공예품. |
원예치료사 김수령 씨는 토피어리 작품을 할 때 숯을 활용한다. 식물을 활용해 동물 모형으로 만드는 토피어리 작품은 주로 실내 장식용으로 쓰이는데 숯재료를 첨가하면 습도 조절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참숯에 풍란이나 호접란을 배치하면 실내에서도 생육이 좋을뿐더러 미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토피어리를 곁들이면 한 편의 동화 세상이 된다. 천연 숯가습기 하나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