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공원 뒷산은 장지없는 골분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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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남산동 벅구산에서 유족들이 화장한 골분(骨粉)을 무단으로 땅에 묻고 조화를 꽂아 둔 모습. 민소영 기자

14일 오후 1시께 부산 금정구 남산동 벅구산. 가파른 산길을 조금 오르자 무성한 대나무숲 사이로 알록달록한 조화(造花)가 봄꽃보다 먼저 활짝 피어 있었다.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어른 체구보다 좀 더 큰 소나무 아래에도 하얗고 빨간 조화가 군데군데 꽂혀 있었다. 주민 장 모(66·여) 씨는 "바로 옆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시신을 태운 뒤 남은 뼛가루(골분·骨粉)를 무단으로 땅에 묻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시간 30여 분간 취재진이 산에서 발견한 조화 다발만 해도 모두 4개였다.

금정구 영락공원 일대 야산에 뼛가루가 무단으로 버려지고 있다. 유족들이 시신을 화장한 뒤 장지 없이 일대 야산에 임의로 수목장(樹木葬)을 하는 탓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화장장서 화장한 뼛가루
인근에 무단으로 뿌려져
조화 꽂고 임의로 수목장도
주민들 "단속 제대로 안 돼"

영락공원에서 화장한 유골은 영락공원 내 봉안시설에 봉안하거나, 선산이나 문중 봉안당 등으로 모시려는 유족의 요청이 있을 때 이를 돌려주고 있다. 정해진 장지가 없으면 지정된 곳에 함께 뼛가루를 모아 산골장(散骨葬)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현재 부산에서 유일하게 산골장이 허용된 곳은 영락공원 제2영락원 옆 수골장뿐이다.

영락공원사업단 관계자는 "화장신청서에 장지를 적도록 하지만, 신청서에 적은 장지로 골분을 반출하는지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락공원에서 이뤄지는 화장 건수는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60구에 달한다.

영락공원 일대 주민들은 위법 행위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서 모(73·여) 씨는 "영락공원에서 화장한 골분이 어디로 가는지 환경오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화를 뽑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락공원 옆 벅구산 외에도 금정산 범어산 일대와 산성마을 등지에도 무단으로 골분을 묻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불법으로 수목장을 하는 이들 중에는 도자기와 같이 썩지 않는 용기 안에 뼛가루를 넣고 땅에 묻는 경우가 많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에서 정한 묘지 외의 구역에 시체나 유골 등을 묻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영락공원사업단 관계자는 "전담 직원 6명을 포함해 거의 전 직원이 나서서 유족들이 지정되지 않은 곳에 뼛가루를 버리거나 영락공원 일대에 무단으로 산골 처리를 하는지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면서 "수십 구에 이르다 보니 일일이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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