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낙관론'에 만만찮은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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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 경제 상황 개선 등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언급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펼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가 주유하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국내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언급이 잇따라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신중론'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경제불안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돼서도 안 된다"며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美 경제지표 양호
국내 소비·수출 회복세
정부·한은 "긍정 신호 많아"

"중국 경기불황에 악재 여전"
전문가, 소비 진작책 주문


이 같은 정부와 한은의 긍정적인 발언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비관적 전망이 실물경제에서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경제 주체의 심리를 안정시키자는 의도로 읽힌다. 여기에다 최근 국내외 다양한 경제 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인식도 반영돼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국제 유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이런 인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2월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배럴당 20달러대 중반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40달러 안팎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의 경제 회복에 기여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의 단가를 올리고 수입물가도 높임으로써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양호한 점도 일단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국내 경제 상황도 긍정적 요소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 자동차를 제외한 올해 1월 소매 판매가 증가세를 이어갔고 2월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달 들어서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 정도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한은의 기대 섞인 낙관론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국 경제의 불안 등 악재가 남은 만큼 수출 회복이 어려워 오히려 추가적인 경기부양책과 다양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생산이나 투자가 여전히 나쁘기 때문에 지금 경기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세계 교역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당장 매출이 줄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안일한 상황 인식 대신 재정·환율정책 등 경기 회복 대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가 소비 진작책, 추가경정예산, 금리 인하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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