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종영 ①, '웰메이드' 드라마 완성한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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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열린 결말로 종영했다. 방송 초기부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시그널'은 마지막회까지 그 힘을 이어가며 대미를 장식했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다. 무전기를 이용해 과거와 미래가 소통한다는 참신한 소재를 가졌지만, 반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점은 분명한 리크스였다. 그만큼 몰입도 높은 배우들의 호연과 짜임새 있는 전개가 중요했고 또 필요했다.
 
▲ 조진웅 이제훈, 시간도 뛰어넘은 '브로맨스'
 


과거와 현재를 배경으로 연기에 임해야 했던 조진웅과 이제훈은 극 중 한 번도 마주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소통은 오직 무전기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연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감정선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이들은 무전이라는 유일한 소통만이 가질 수 있는 '간절함'으로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그리고 이런 간절함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몰입도를 더했다.
 
장기 미제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은 어느날 잡동사니를 정리하던 중 낡은 무전기를 발견했고 과거와 소통하게 됐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 또한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된 박해영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던 해영에게 무전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1989년, 과거를 살아가는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게 해영과 소통하게된 재한은 무늬만 경찰이 아닌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다.
 
해영과 재한의 인연은 해영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영의 유일한 형제 박선우(찬희)는 '인주 사건'의 누명을 쓰고 김범주(장현성)에 의해 살해된다. 그렇게 해영은 늘 혼자인줄로만 알았지만,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재한은 어린 해영을 묵묵히 지켜봤다.
 
재한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어린 해영을 위해 식당 아주머니께 수십 그릇 값의 돈을 미리 내주는가 하면, 해영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형 선우의 누명을 벗겨주리라 다짐하는 모습을 보이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했다. 훗날 해영도 이 사실을 알고 혼자라고 생각해서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보였던 두 인물의 브로맨스는 절정에 달했다. 해영은 과거를 바꿔달라는 자신의 무전 때문에 시작된 수사가 재한의 목숨을 위협하자 괴로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수현의 총을 대신 맞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시계를 보며 "이재한 형사를 살려야 한다. 무전을 해야한다"고 외치는 해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 '3년 만에 복귀' 김혜수, 왜 이제야 오셨나요
 

지난 2013년 방송된 KBS2 '직상의 신'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혜수는 복귀작으로 케이블 드라마를 선택했다. 이는 오랜 공백기간은 물론, 김혜수의 데뷔 후 첫 케이블 드라마 출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김혜수는 '시그널'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해 "원래는 드라마를 할 계획이 없었지만, '시그널' 대본을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대본이 아닌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이건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혜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장기 미제 전담팀 형사 차수현 역으로 분한 김혜수는 그녀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했다.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는 물론, 극 중 과거 재한을 짝사랑하는 순수한 여성의 모습까지 그려내며 '역시 김혜수'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특히 화려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주로 연기해왔던 김혜수였기에 재한에 대한 순애보를 보이는 수현의 모습은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현은 용기를 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마음을 재한에게 했지만, '주말에 보자'는 한 마디만 남긴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재한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해영의 무전기를 통해 백골사체로 발견된 재한의 목소리를 들은 수현의 감정은 폭발했다. 특히 무전기를 통해 재한에게 "2000년 8월 3일 신일정신병원에 가면 안된다. 15년이나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죽어서 돌아왔다"며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시그널'에서 후반부로 가며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제훈과 조진웅, 김혜수의 만남은 결국 다뤄지지 않았고, 이는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적었던건 꽉꽉 채운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시그널'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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